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실적 제고를 위한 고민에 빠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여파와 대형사 대비 빈약한 리테일 부문 경쟁력 때문이다. 이에 다수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등 본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중소형 증권사인 현대차증권, SK증권, LS증권, 다올투자증권, iM증권의 지난 3분기 연결기준 합산 누적 당기순손실은 123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1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사별로 보면 iM증권과 SK증권이 큰 폭의 적자를 선보이면서 합산 순손실 전환을 이끌었다. iM증권은 3분기 누적 1160억원의 적자를 냈다. SK증권도 525억원 적자를 시현했다. 반면 현대차증권과 LS증권은 각각 378억원, 267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차증권과 LS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172억원, 43억원 줄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부동산 PF 리스크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해서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 고수익을 노린 PF 사업 확장이 장기간의 부동산금융 부실화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일례로 지난 10월 한국기업평가는 관련 사업에 집중했던 다올투자증권의 기업어음 및 전기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이 저하됐고, 회복도 지연될 전망이라는 분석에 기인한다.
이에 중소형 증권사들은 지속되는 적자와 부진에서 탈피해 실적 제고를 이루기 위한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구체적으로 조직개편과 구조조정,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리테일 및 플랫폼 부문 경쟁력 강화 등이 꼽힌다.
영업점·인력 줄이고 조직 통폐합
가장 많은 순손실을 냈던 iM증권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iM증권은 지난해말 21개에 달했던 영업점을 이달초 11개로 통폐합했다. iM증권 관계자는 “영남권 중심의 과다점포와 경쟁사 대비 낮은 수익성과 관리자산으로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자산관리(WM)사업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인력 효율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점포 통폐합과 함께 고비용 저성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희망퇴직을 접수받은 결과 총 5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리테일 부문은 약 20% 인력 감축에 성공하면서 판관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만성적인 적자 상태였던 리테일 부문의 변화를 통해 흑자전환과 지속가능한 수익구조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 iM증권 측 설명이다.
SK증권은 지난달 28일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기업금융(IB) 분야 강화를 비롯해 각 조직 분야의 전문성 제고를 꾀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기존 2부문, 20본부, 3실 조직 체제에서 3총괄·부문, 20본부, 3실 체제로 개편했다. 특히 대표이사 직속으로 IB총괄을 신설했다. 신설 총괄은 유성훈 부사장이 이끌 예정이다. SK증권 관계자는 “최근 기업금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IB를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증권도 지난 6일 대규모 조직·인적 쇄신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을 보면 본부장 및 사업부장 7명 중 6명을 교체한다. 1970년대생의 젊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도 전격 발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본부장급 교체는 일부 진행된 상태로, 조만간 개편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대차증권은 사장 다음 직책이 본부장, 사업부장으로 이뤄져 있어 사실상 임원이 대거 교체되는 셈이다.
또한 리테일본부는 현대차증권의 대표 사업인 퇴직연금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본부 산하에 연금사업실을 편제한다. 아울러 기업금융(IB) 부문은 IB 1, 2, 3본부를 IB본부로 통합하는 등 조직 효율화를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황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신사업추진단 신설을 통해 비부동산 딜 발굴 등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꾀한다.
실적 제고 위한 유상증자…시장 우려 불러와
다만 실적 제고를 위한 행보가 논란에 휩싸인 증권사도 존재한다. 현대차증권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차세대 원장시스템(전산) 개발과 채무상환 등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소식을 내놓았다. 당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본질적인 기업 가치 개선으로 연결되기에는 어려운 결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기존 상장주식수의 95%가량에 해당하는 유증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시장 우려를 인식한 듯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제출된 증권신고서의 형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거나 거짓으로 기재된 경우, 또는 기재가 누락돼있거나 중요사항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정정 제출 요구에 따라 현대차증권 증권신고서 효력은 정지된 상태다.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유상증자는 철회로 간주된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투자위험을 포함해서 일부 내용에 대한 정정 보완 요청이 있었다”며 “추후 요구 사항에 맞춰 정정신고서를 제출해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