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美 신정부 출범...국내 석유산업의 미래는

‘트럼프 2기’ 美 신정부 출범...국내 석유산업의 미래는

- 산업부·석유협회·에경연, 2024 석유 컨퍼런스 개최
- 美 석유 생산량 증대로 공급 증가, 유가 60달러선 전망
- 글로벌 정세 변화 속 韓 전략 수립 必…친환경 연료 등 R&D 시급

기사승인 2024-12-19 06:00:06
1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석유 컨퍼런스’에서 석유업계 민·관·학 이해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재민 기자 

글로벌 정세 급변 속 트럼프 2기 체제의 미국 신정부가 출범을 앞둔 가운데, 국내 석유산업의 현재와 미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부와 대한석유협회·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석유관리원이 주관하는 ‘2024 석유 컨퍼런스’를 열고 글로벌 환경 변화와 석유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지난 2019년 시작돼 올해 6회를 맞는 이번 행사는 석유업계 민·관·학 전문가들이 모여 석유산업 현안을 논의하고, 미래 발전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2025년 글로벌 환경변화 및 석유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한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미국은 40년 주기로 기존 가치관을 뒤엎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그간 우리가 알고 있었던 미국이 변화하는 순간이 내년 트럼프 체제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청정 석탄 등 화력에너지를 강조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전력을 공급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내년 예상 석유 생산량 1350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보다 47% 높은 상황이다. 미국 혼자 OPEC(석유수출국기구) 하위 6개국 합산 생산량을 추월하는 규모다. 이는 미국 석유산업에 AI(인공지능)가 결합되면서 생산설비는 줄어들고 있음에도 생산량은 최대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최준영 수석전문위원은 “미국 외에도 중동지역은 이스라엘-하마스, 시리아 전쟁 등을 겪으면서 새로운 중동 질서를 형성하고 있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는 EU(유럽연합)는 미국보다 158% 비싼 전력과, 345% 비싼 가스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미국의 이 같은 행보와 동시에 중국은 재생에너지를 토대로 소위 ‘가보지 않은 길’을 주도해 가며 변화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나라의 경쟁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풍부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시급하고, 특히 한국은 석유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이들 선진국과 어떻게 연대하고 경쟁할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민 기자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유가 동향과 관련해 “내년 글로벌 원유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약 117만b/d(배럴) 상회할 전망이지만, 美 Shale 분지를 비롯해 많은 지역의 BEP(손익분기점)가 60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Rig Count(원유시추공 수)와 DUC(Drilled but Uncompleted, 미완결 대기 유정) 감소로 트럼프 체제에서도 즉각적인 증산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개인적으론 유가가 60달러 이하로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또, 미국 휘발유 재고가 부족한 가운데 트럼프 체제에서 내연기관의 생명연장이 휘발유 공급 부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중장기적으론 한국 석유제품의 추가 수출 확대 가능성도 높다”면서 “만약 트럼프가 캐나다에 원유 관세를 부과하면 상대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낮은 가격의 원유가 공급될 수 있는 조건도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요 충격이 없는 한 올해보단 내년 정유업계 펀더멘탈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석유산업 이해관계자들은 SAF(지속가능항공유), e-fuel(재생합성연료) 등 친환경 바이오연료를 석유산업의 미래로 보고, 관련 R&D 및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 발표를 맡은 유종익 솔루티스 기후환경전략본부장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는 전 세계 항공업계에 매년 연비효율 2% 개선 및 탄소중립 성장을 목표로 바이오연료 탑재 등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2026년까지 자발적 참여, 2027년부터 모든 회원국에 의무적으로 부여할 계획”이라며 “이미 EU 내 SAF 의무화가 시작됐고, 미국은 2030년 연간 SAF를 30억 갤런(약 113억 리터) 생산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정부·민간 주도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SAF 생산설비는 초기 투자비, 운영 비용이 높고 관련 인증이 까다로우며, 공급 단가도 높기 때문에 안정적 공급망(원료~제품사용) 구성 및 재정적 인센티브 지원이 꼭 필요하고, 공급 의무화 등을 통해 안정적이며 비용효과적인 공급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시범운항 수준에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초기시장을 조성하고 R&D 및 다수의 이해관계자 간 원활한 정보교환을 통한 SAF 중장기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축사를 통해 “글로벌 정세 변화 속에서 석유·에너지 산업의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라며 “탄소중립 강화 추세 속에 본격화되고 있는 친환경 연료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법제 마련, 기술개발, 투자 촉진 등을 지원하고 기업 수요를 고려한 비축유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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