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관련주가가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띠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전기차 지원 축소 방안 등 대내외적 리스크 여파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들 업종이 내년에도 디레이팅(주가수익비율 저하) 현상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가는 이달초 6만9700원에서 4.74% 하락한 6만6400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같은 그룹사인 에코프로머티와 에코프로비엠도 각각 12.18%, 13.74% 급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4.98%), 포스코홀딩스(-6.23%), 포스코퓨처엠(-13.92%) 등도 일제히 내림세를 나타냈다.
2차전지 관련주들은 지난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좌우할 만큼 폭등세를 선보였다. 액면분할 이전 에코프로 주가는 한때 100만원을 뛰어넘는 ‘황제주’ 반열을 장식했다. 에코프로는 그러나 과도한 상승세에 매도 행렬이 이어지면서 하반기에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2차전지 투자심리는 올해도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연초 ‘반짝 상승세’를 선보이던 2차전지 관련주들은 이후 횡보세를 거듭하다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큰 폭의 상승세를 다시금 선보였다. 그러나 지난 11월부터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상승분을 뛰어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 9월10일 7만2600원을 기록한 뒤 10월2일 9만2400원으로 27.27% 치솟았다. 하지만 에코프로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6만6400원으로 10월초 대비 28.13% 급감했다.
이같은 흐름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불확실성이 현실화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정권 인수팀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약 1079만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 규정 폐지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인수팀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충전소 건설 등에 투입하려던 75억달러(약 10조7700억원) 상당 정부 예산도 국가 방위 공급망 등 중요 인프라 시설에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전 세계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 보호주의를 강조하려는 목적에 기인한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에 따라 보조금을 받아 왔다. 보조금 정책 비중 축소는 해당 산업에 대형 악재로 작용한다. 다만 인수팀은 향후 동맹국들과는 개별 협상을 진행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인 상황이다. 이에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요도 줄고 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출액과 수출량은 지난달 기준 각각 3억6000만달러, 1만4000톤으로 각각 전월 대비 9%, 5% 감소했다. 이에 양극재 수출 가격도 킬로그램(kg)당 25.1달러로 전월 대비 4.8% 떨어졌다.
이에 2차전지 양극재 업체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에코프로비엠 올 4분기 연결 기준 실적 예상치는 매출액 5305억원, 영업적자 122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5%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이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영업이익 255억원으로 전망됐던 것과 비교하면 예상치가 급격히 떨어진 셈이다.
투자업계는 내년에도 2차전지 관련주 상승 동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승도 제한적이다. 단기적으로 물류비 상승, 칠레 규제 장애, 볼리비아 정치적 불안 등으로 탄산리튬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부정적 이벤트가 많아 섹터 비중은 축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