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관광업계에는 두 차례의 고비가 있었다. 업계는 코로나19 기간 침체된 관광지 상권 살리기와 불경기 속 여행심리 활성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회복도 잠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여행업계는 그간의 출혈을 만회하기 위해선 내후년까지는 상승세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티메프 사태부터 계엄 여파까지 숙박, 관광지, 여행사 등 업계는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올해 관광업계에 있었던 주요 이슈를 짚었다.
잘 나가다가…12·3 계엄에 방한객 ‘뚝’
엔데믹 이후 관광업계는 회복세를 보였다. 27일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6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월에 비해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부터 10월까지의 전체 방한 관광객 수도 코로나 이전 94% 수준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12월 일평균 방한 관광객 수는 1~11월 누적 대비 약 15% 감소했다. 올해 외래객 1700만명을 어렵지 않게 넘길 것으로 예상했던 관광업계가 계엄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12·3 계엄 당시 서울 특급호텔 등에는 ‘한국이 안전하냐’는 우려 섞인 문의가 쏟아지며 취소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일반 투숙객 외에도 당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연회장을 예약한 고객들이 취소 문의를 준 경우가 많았다”며 “계엄은 즉시 해제됐지만 그 여파로 탄핵 집회 등이 이어져 교통 마비,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명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당시 “12월은 연말 특수를 노려야 하는 시기인데, 12·3 계엄 이후로 외국인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힘들게 쌓아온 한국 관광의 좋은 이미지가 무너질까 무섭다”고 전했다.
수년째 해결하지 못하는 관광수지 적자도 문제로 떠올랐다. 관광수지는 방한 외래관광객이 한국에서 지출한 금액(관광수입)과 국민 해외여행객이 해외에서 지출한 금액(관광지출)의 차이를 뜻한다.
당국은 이전부터 방한 관광객 유치로 관광수지 적자 회복 및 관광 시장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올 상반기 관광수지 적자는 6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56억6000만 달러를 넘긴 수치다.
날벼락 같았던 ‘티메프’ 사태
본격적인 휴가철에 국내 여행사 등 아웃바운드 관광업계의 발목을 붙잡은 사건도 있었다. 주요 여행사 대부분은 7월 발생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 티메프 측에서 6~7월 소비자 결제 대금을 판매사에 지급하지 못해 여행사의 피해가 컸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사는 당장 출발을 앞둔 소비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하나·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여러 기업은 7~8월 출발 여행상품은 손실을 감수하고 그대로 진행시켰다. 이로 인해 발생한 여행업계 피해액은 약 1000억원대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사는 3분기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양사 모두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하나투어의 3분기 매출은 1594억원으로 25.8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8.99% 감소했다.
모두투어도 마찬가지다. 모두투어의 3분기 매출액은 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44% 감소했다.
‘관광 회복세’를 꿈꾸며 모객에 힘쓰던 여행업계는 좌절했다. 모 여행사 관계자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휴가를 떠나는 7월에 있었던 일이라 매우 손해가 컸다”며 “코로나 이후 여행을 떠나려는 보상심리도 멎어갈 때였고, 불경기가 이어져 여행 수요를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티메프 사태까지 터져 정말 곤란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애초에 여행사는 매출이나 영업익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조금만 손해를 봐도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 사태는 안갯 속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티메프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안을 내놨다. 위원회는 티메프가 미정산한 여행·숙박·항공 관련 상품에 대해 결제 대금 100%를 환급하고, 판매사들은 결제 대금의 최대 90%, PG사들은 최대 30%를 연대해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책임 범위 내에서만 환급을 요구할 수 있고, 합산 최대 100%를 넘을 수 없다.
여행업계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당시 대금을 받지 못한 상품도 진행을 시키는 등 여행사 입장에선 많은 손실을 감수했다”며 “그런데 최대 90%까지 책임을 지라는 결과가 나와서 매우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여행사는 ‘연말 특수’ 등을 노리며 막바지 모객에 힘썼지만 고환율·경기 침체 등으로 4분기 실적 방어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계엄 이후로 환율이 솟구쳤는데 이렇게 되면 달러를 환전해야 하는 국가들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4분기 실적이 호조를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