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이 늘어지는 것과 관련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유탄’을 우려 중이다.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192표로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방치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을 이유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며 탄핵 정국을 길게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이 빠르게 대응에 나서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12·3 계엄 상황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빠르게 정리되면서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며 혼란이 가중됐다. 탄핵 관련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준 것이다.
한 권한대행의 버티기와 이로 인한 탄핵으로 현재 상황이 밝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수선한 상황 회복을 위해 나서왔던 경영계의 활동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지난 25일 미국상공회의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중국기업연합회 등 31개국 33개 단체에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견조한 기초 체력과 높은 국가신인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과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세계 각국 유관단체 등에 서한을 통해 한국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전달했다.
그러나 경영계의 노력에도 불구, 다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우선 문제는 환율이다. 어지러운 상황에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1480원을 넘기기도 했다. 조만간 15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게 되면 기업에서 외환으로 지급해야 할 이자도 대폭 커지게 된다.
대외신인도도 흔들릴 수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새로운 키를 쥐게 됐다. 그러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으로서 제 역할이 어렵다는 비판도 인다. 최 권한대행 역시 릴레이 탄핵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떨치기 어렵다.
전문가는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 경영 시계가 제로가 됐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탄핵 정국 속에서 대외신인도 등이 더욱 악화되는 등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모든 경제 지표가 암울하게 흐르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최 권한대행이 경제부총리이기에 경제·민생을 좀 더 전문성 있게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