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고 있지만, 공개 직후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만은 확실하다. 이 가운데 의견이 분분한 시즌2 캐스팅부터 벌써부터 기대가 뜨거운 시즌3까지, 황동혁 감독에게 직접 작품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황 감독은 “일주일이 채 안 됐는데 1년 정도 지난 것 같다”며 “새해를 맞아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지난달 26일에 공개됐고, 같은 달 29일 총 93개국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글로벌 톱10 1위를 기록했다. ‘신드롬’이라고 봐도 무방한 인기다.
물론 큰 관심과 별개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전개상 시즌2는 시즌3으로 가는 발판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지적하는 평가가 많다. 이에 황 감독은 “기대한 정도의 반응이었다”고 털어놨다.
“‘시즌2는 어떻게 갔으면 좋겠다’, 이런 기대가 각자 있었던 것 같아요. 시즌1은 기대가 없었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시즌2는 기훈의 여정도 그렇고, 완결되지 않은 데다, 아직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아서 그 실망감이 반영됐다고 생각해요. 사실 기대보다는 평이 나쁘지 않았어요. 시즌1은 10명 중에 9명이 볼만하다 해주셨다면, 시즌2는 8명 정도 그렇게 보신 듯해요. 안 좋게 보신 분들의 이야기도 겸허히 들으려고 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캐스팅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마약 투약 혐의로 물의를 빚었던 그룹 빅뱅 출신 최승현(탑),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논란으로 고개를 숙였던 배우 오달수, 미성년자 성매매로 기소됐던 배우 송영창 등이 비중 있는 배역을 맡은 탓이다.
그중 ‘약쟁이 래퍼’ 타노스로 분한 최승현은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부족한 연기력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황 감독은 타노스에 대해 “시즌1 미녀, 덕수처럼 의도적으로 과장된 캐릭터”라며 “MZ세대 그룹을 만들고 코인 빚, 마약 등 문제를 적나라하게 다뤄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승현의 캐릭터 소화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연기를 이상하게 했다기보다는 의도대로 연기했어요. 불호일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오디션을 봤는데 어울리는 사람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캐스팅 리스트를 봤는데 최승현 씨 이름이 있었어요. ‘자기랑 너무 똑같은데 하겠나’ 하면서도 제안했는데 오래 고민하다가 연락이 왔어요. 리딩 겸 오디션을 봤는데 캐릭터에 어울릴 만한 연기와 외모라서 캐스팅했어요.”
이처럼 논란이 될지도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미처 생각을 못 했어요. 그래서 반응이 나왔을 때 놀랐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발표하지 않고 숨기고 갔을 거예요. 짧은 식견으로는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연예인이 복귀한 사례가 많았는데, 최승현 씨 공백기가 길면 길었지 짧진 않았어요. 반응을 보고 더 잘못한 게 있나 찾아보기까지 했어요. 감독으로서 내칠 수는 없었어요.”
송영창은 그간 작품 활동을 많이 해서 문제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고, 오달수는 자숙 시간을 갖고 복귀했기 때문에 비판을 예상치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연기와 외모의 적합도만 생각했다”며 “복귀시켜서 제가 어떻게 하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시즌2는 OX 투표 시스템을 통해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표면에 드러나도록 하고, 5인 6각, 짝짓기 게임 등 신규 게임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시즌1과 달랐다. 특히 전자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후 현 정국과도 맞아떨어져 화제를 모았다.
“투표하지 않으면 참가자들이 게임 내내 도망갈 생각만 할 것 같았어요. 온전히 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최근 세상 돌아가는 걸 보니까 한국도 미국도 투표라는 게 중요한 상황이더라고요.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데 충돌이 일어날까 봐 선을 그어뒀다고 들었어요. ‘오징어 게임’ 숙소 안에서 벌어지는 일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있어서 안타깝고 슬펐어요.”
일각에서는 기훈의 변화에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즌1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였던 인물이 시즌2에서 대의를 위해 게임 설계자와의 전면적인 대결에 나선다는 설정이 납득하기 힘들다는 내용이다. 황 감독은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보통의 사람이에요. 더 배운 사람보다 따뜻한 선이 남아있고, 그 선함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람이요. 기훈은 시즌1에서의 일을 통해서 체제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깨달았는데, 이 측면에서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죠. 지금 너무 서로 욕하면서 살잖아요. 위로 가야 할 모든 분노가 아래로 흐르고 있어요. 우직하고 바보스럽게 보일지라도 그런 목소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죠. 순진하게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한 모든 노력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함께 촬영을 진행한 시즌2, 시즌3에는 총 1천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알려진 바 있다. 실제로 시즌2에서 시즌1보다 훨씬 넓고 화려해진 세트장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황 감독은 “살면서 이 정도로 지원받고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돌아보면서도 “무한정 많이 쓰진 않았다. 합리적으로 사용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세트를 짓고 부숴야 하는 게 아쉬웠어요. ‘테마파크로 옮겨야 하는 거 아니냐’ 했죠. 시즌1에서 (게임장을) 굉장히 좋아해 주셔서 미술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규모도 더 커졌어요. 기훈이가 사람들을 많이 살려놓는 바람에(웃음). 5인 6각 경기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야 했고, 짝짓기 게임은 구동되는 원판과 방 50개가 필요했어요.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고, 돈도 많이 들어갔어요. 테마파크라도 생기면 좋겠습니다.”
메가히트작답게 시즌3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다거나, 시즌2가 1조5천억 이상의 수익을 낼 예정이라는 등 낭설도 많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VIP로 모시고 싶었죠. 워낙 작품을 좋아하신다고 들어서요. 그런 얘기를 농담처럼 하긴 했는데 와전된 듯해요. 1조5천억은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어떻게 그런 수치가 나오겠어요. 저도 실제로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수익이 나서 한국 작품에 대한 투자도 더 늘어나고 업이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황 감독에 따르면, 올해 여름께 공개 예정인 시즌3은 ‘절망의 끝’으로 질주하는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절망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어요. 후반 작업 중인데 빨리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네요. 시즌3은 정서적으로도 제일 센 이야기라서 마음의 각오를 하고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