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올해 간호대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예년에 비해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사직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학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하지 않거나 선발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간호대생 취업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대란으로 간호사 취업 절벽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정부는 간호사 취업 문제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전국 상급종합병원 4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사 채용 실태 조사 결과, 지난 2023년 상급종합병원에 채용됐지만 발령받지 못한 채 대기 중인 신규 간호사는 63%에 달했다. 간호대 졸업생 취업률도 급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간호대 졸업자 1707명 가운데 578명만이 취업에 성공해 33.9%의 취업률을 보였다. 이는 복지부가 한국간호대학장협의회의 협조를 받아 서울·경기·인천 3개소, 강원 3개소, 대전·충청 7개소, 부산·경상 4개소, 광주·전라 2개소 등 총 19개 대학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 의원은 “작년 말 기준 2025년 간호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2024년(약 80%)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 34%로 나타났다”면서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신규 간호사 채용을 실시한 의료기관은 19개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취업대란 속에서 졸업 대신 휴학을 택하는 경우도 늘었다. 설문조사 대상 19개 대학 중 8곳에서 “2024년 2학기 기준 4학년 휴학생 비율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7곳은 “예년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A간호대 4학년생은 “꿈꾸던 간호사의 길을 앞두고 커다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졸업한 선배들은 취업 공고가 올라오지 않아 간호가 아닌 다른 분야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다”라며 “적지 않은 동기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지쳐 무기한 휴학을 택했고, 후배들은 간호학과를 졸업하더라도 환자를 돌볼 수 없다며 다른 전공을 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불안한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몰라 답답하고 두렵다”며 “환자 곁에서 간호사로 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간호사 취업난 해결을 위해 △대기 간호사 수련비용 지원 △교육전담간호사 제도와 연계한 신규 간호사 대상 임상수련체계 확립 △간호사 배치 기준과 보상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간호사 취업난 문제는 현장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고 근무 환경을 열악하게 한다”며 “이는 환자와 국민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안전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간호사를 적극 채용해 적정 수 환자를 돌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간호대생 취업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