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들이 이달 말 이후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 비대면 취급을 중단했다. 법원에서 새로 도입하는 등기시스템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불편 증대에 법원은 당분간 기존 시스템과 새시스템을 혼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오는 31일부터 비대면 주담대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향후 시스템 개선 후 재개를 검토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고객에게 영업점 내점이 필요할 수 있다는 등의 전달사항을 알릴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주의사항을 정리해 조만간 고객들에게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비대면 주담대를 두고 혼선이 벌어진 이유는 법원이 오는 31일부터 도입하는 ‘미래등기시스템’ 때문이다. 미래등기시스템은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등기 절차를 모바일 앱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구현한 새 등기 시스템이다.
현재 부동산 매수인은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비대면 주담대를 신청하고 서류를 제출, 전자서명으로 근저당설정 등기를 진행하고 있다. 대출 심사 완료 후 잔금을 치를 때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밟는다. 근저당설정 등기를 미리 전자서명을 했기 때문에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새 등기시스템이 적용되면, 앞으로는 비대면 주담대 시 매수인과 은행이 근저당설정 등기를 전자 등기로 할 경우 매도인도 소유권이전 등기를 전자 등기로 해줘야 한다. 은행 측은 매수인뿐 아니라 매도인에게도 소유권이전등기 과정에서 전자서명 등을 요청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생기게 된다. 때문에 아예 신규 비대면 주담대를 막아버린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2월부터 법원행정처에 구두와 서면 등을 통해 협조를 구했다. 또 은행권은 법원행정처, 금융위원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미래등기시스템 도입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 △도입하더라도 현행 방식대로 대면 방식의 소유권이전등기와 비대면 방식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혼용하는 방안 등을 허용해달라고 건의했다.
법원행정처는 부동산 매매거래 잔금납부일에 매도인과 매수인, 법무사가 모두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모여 휴대폰으로 등기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은행권 요청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은행권 우려가 잇따르자 법원행정처는 미래등기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비대면 주담대에 한해 일정기간 현행과 같이 소유권 이전을 오프라인 등기로 하고 근저당 설정을 전자등기로 하는 방식을 인정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법원행정처가 은행권 요청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상황”이라며 “만약 법원행정처가 기존입장을 고수하게 된다면 당분간 소비자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