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현상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만연하다. 환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우려도 여전하다. 다만 하반기부터 환율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대비 7.6원 내린 1463.2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27일 장중 1487.7원까지 치솟은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450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달러 자체의 가치 상승도 심화됐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13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110.17로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10선을 상회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투자업계는 연일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로 시장에 달러가 대거 공급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하락 가능성을 낮게 점친 셈이다.
앞서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국민연금 내부 결정에 따라 곧 국민연금에서 환 헤지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부분이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원화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지면 전체 해외 투자 자산의 최대 10%에서 환 헤지를 실시할 수 있다. 약 482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외화 자금이 풀릴 경우 시장 안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예상하는 이유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통상환경 리스크가 증대되는 데 원인이 있다. 노무라은행 등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를 근거로 올해 매 분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올 3분기 최대 1500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환율 현상이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원화 절하는 투자자산 가치에 악영향을 미쳐 외국인의 투자 심리 저하로 직결된다. 또 환차손 위험 증가에 주식 매도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미 외국인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745억원을 순매도했다. 연초 순매수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 심리가 급변한 셈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3거래일 연속 현·선물을 동반 순매도해 위험 회피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당국의 미세조정 등에 원화 약세 속도가 진정됐으나, 여전히 주요 IB 중심으로 1500원대 환율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올해 통화 성과는 리스크 회피 심리 반전과 경기 및 무연 환경, 지역별 물가·금리 정상화 속도가 판가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고환율 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분석도 함께한다. 최 연구원은 “상반기 중으로 국내 정치적 요인에 의한 환율 저평가 국면은 일단락되고, 트럼프 신정부 취임 이후 위험 회피 심리가 진정되면서 하반기 1300원대 후반에 진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중국 대상 수출량이 많은 국내 경제구조 특성상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가 원·달러 환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기 반등이 서프라이즈를 보이지 않는 한 환율 하단은 1300원 어귀에서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