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재 혼용률을 속인 제품이 소비자에게 발각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랜드월드 패션 브랜드 ‘후아유’의 구스다운 점퍼 제품 거위털 함량이 충전재 검사 과정에서 기준치에 미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제품은 충전재 비율이 거위털 80%와 오리털 20%로 기재돼 있는데, 실제 검사에선 거위털 30%, 오리털 70%로 확인됐다.
최근 무신사에 입점한 라퍼지스토어의 패딩도 혼용률을 속여 문제가 됐다. 라퍼지스토어는 덕다운(오리털) 아르틱 후드 패딩 제품이 ‘솜털 80% 사용’이라고 표기했으나 실제 사용량은 약 3%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제품의 솜털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다운’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무신사는 급히 수습에 나섰다. 라퍼지스토어를 퇴점 조치시키고, 입점 브랜드 중 덕다운과 캐시미어를 사용하는 상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나섰다. ‘삼진아웃’ 정책을 실시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혼용률을 속이고 팔아도 두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이냐는 반발도 넘쳤다. 물의를 세 번이나 일으켜야 퇴출되는 삼진아웃 제도는 당장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어 분노를 더했다. 결국 입점 수수료로 돌아가는 회사 수익을 우선시한 조치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무신사의 조치가 실망한 소비자의 마음을 완전히 회복할만큼 적절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몰랐다’는 식으로 생산 업체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패션업계가 지난해 고물가와 늦더위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도 소비심리가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플랫폼 자체의 인력으로 입점 브랜드의 혼용율 오표기를 모두 가려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몇천 개가 넘는 브랜드를 일일이 검열해 혼용률 표기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브랜드가 새로 내놓는 제품을 일일이 뜯어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이번 혼용률 오표기 이슈에 대해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심드렁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패딩 속 충전재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입는 모든 옷에 대한 원단 혼용률은 부정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금껏 운이 좋아 걸리지 않았을 뿐, 수 없이 많은 브랜드의 옷들의 혼용률이 잘못 표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왜 발생할까. 아직 국내에는 원단의 혼용률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등에서 들여온 수입 원단이라면 더 그렇다. 원단 혼용률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수입사가 원단 혼용 비율을 속이거나, 아예 포함되지 않은 성분으로 원단이 만들어졌다고 표기한 들 확인할 길이 없다.
혼용률 오표기를 막을 수 있는 정부의 뚜렷한 규제 방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본인이 구매한 옷의 원단이 의심되는 소비자가 전문 시험 기관에 원단 혼용률을 분석해달라고 의뢰하지 않는 이상 원단 정확한 혼용률을 알 길이 없는 것이다.
K-패션 위상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 더 이상 ‘짝퉁 혼용률’로 소비자의 신뢰를 깎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적어도 수입 원단의 혼용률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원단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도, 소비자도 피해를 보지 않는다. 더 이상 ‘우리도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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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에 따르면 14일 오후 8시38분 용현동 산업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현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