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7일 배송’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 “기본시급 안되는 수수료에 휴일 반납”

‘주7일 배송’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 “기본시급 안되는 수수료에 휴일 반납”

휴일 근무에도 수입 우려 계속…배송 수수료는 25% 남짓
택배기사 가족, “더 이상 빨간 날은 아빠와 놀 수 있는 날 아냐”
CJ대한통운 “시행 초기 잡음 감안해야, 대책 마련 노력할 것”

기사승인 2025-01-20 06:00:09
CJ대한통운 주7일 배송제 시행 이후 직원들이 터미널에서 배송 품목을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제 시행을 시작했지만 내부 일각에선 여전히 휴일 근무로 인한 부담과 안정적인 수입 확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CJ대한통운은 지난 5일 쿠팡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7일 배송 서비스인 ‘매일 오네(O-NE)’를 시작했다. 쿠팡이 자체 물류망을 확보한 뒤 로켓배송을 앞세워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자 이를 견제하고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택배대리점연합과 지난달 26일까지 총 10차례 교섭을 진행한 결과, 주 5일 근무제를 포함한 기본 협약 잠정안이 마련돼 같은 달 실시한 택배노조 조합원 총투표에서 94.3% 찬성으로 가결됐다. 

CJ대한통운은 주 5일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시행 초반에는 대리점 상황에 따라 4인 1조, 3인 1조 등의 조를 편성해 택배기사가 2주에 한 번은 추가근무를 하는 방식이다.  

올해로 근무 21년차인 택배기사 A씨(58)는 “현재 다른 지역 택배기사와 2인 1조로 일요일 근무를 번갈아가며 하고 있다”며 “물량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월요일 물량을 공휴일에 나눠서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선범 택배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기본적인 원칙은 자율제이므로 불이익 조치를 하지 않지만 일각에선 순환 근무제 표를 짜다 갈등이 있으면 ‘안 할 거면 그만둬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CJ대한통운은 지난 15일 협약을 통해 택배기사가 스케줄 근무로 본인 외 다른 권역을 배송하게 되면 한시적으로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잠정안에 따라 수수료는 25% 수준으로 정해졌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 전체를 대상으로 휴가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택배기사 업무용 앱에서도 심야 배송 및 무리한 연속근무를 제한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A씨는 “예를 들어 월요일 물량이 120개일 때 일요일로 물량이 나뉠 경우 휴일 근무 시 60개 분량에 수수료 25%를 받는다. 결국 만 원 조금 넘는 정도밖에 더 벌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로 5년째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남편을 둔 아내 B씨(47)는 “사실 작년까진 임시 공휴일도 쉴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설날 포함 앞 뒤 하루씩 총 3일을 제외하곤 모두 나가야한다”며 “휴일 물량이 2명분을 해도 70개-100개 남짓에 배송료 또한 개당 700~800원이기 때문에 기본시급도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협약을 통해 휴일을 보장하고 심야 배송을 확대한다고 해도 물량 자체가 부족한 대리점 택배기사들은 복지 제도의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쿠팡의 경우 자체적인 물류망을 확보하고 있지만 CJ대한통운은 다양한 업체와 계약을 맺는 형태이기 때문에 공휴일 택배 물량의 지속적인 확보가 불안정하다. 택배기사들은 휴일이라는 귀한 시간을 반납해 근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의 안정적인 보장을 우려하고 있다.

B씨는 “아이들은 그저 빨간 날은 아빠와 놀 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젠 그날마저도 마음대로 쉴 수 없다”며 “주 6일 근무로 늘 피곤한 아빠라 그나마 일요일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놀아주던 사람인데 이제 그것도 미안해서 아이들을 말려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아직 주 7일 배송제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이기 때문에 잡음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공휴일 물량 또한 쿠팡 이외에 홈쇼핑이나 신선식품 판매자들이 있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3월 또는 4월에도 대리점연합회와 택배노조와의 전체협의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다경 기자
ydk@kukinews.com
양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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