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 규제’ 완화, 비이자이익 목마른 은행 구원투수 될까 

‘방카 규제’ 완화, 비이자이익 목마른 은행 구원투수 될까 

금융위원회 ‘제6차 보험개혁회의’서 25%룰 단계적 폐지키로
ELS 판매 주춤하자 방카슈랑스로…판매수익 전년比 40%↑

기사승인 2025-01-23 06:00:11
쿠키뉴스 자료사진.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에 은행권의 비이자수익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은행 계열 생명보험사 판매 비중이 그대로 유지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제6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하고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19년만에 방카슈랑스 판매비중 규제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카슈랑스는 프랑스어인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다. 은행과 보험사가 제휴해 은행 지점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영업형태를 말한다.

국내에는 2003년 도입됐다. 2003년 저축성보험과 상해보험을 시작으로 2005년 순수보장성 보험과 2006년 만기환급형 보험까지 방카슈랑스 판매 범위가 넓혀졌다. 하지만 2008년 4단계 확대시행 계획이 철회되면서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취급은 현재까지 제한된 상태다.

방카슈랑스는 특정 회사 간 담합과 독과점을 막기 위해 은행이 한 보험사 상품을 25% 초과해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소위 ‘25% 룰’이라고 부른다. 

개혁회의에서는 기존 25%였던 규제 비율을 생명보험은 33%, 손해보험은 시장 참여 보험사 수에 따라 50%(4개사 이상)~75%(4개사 미만)로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동일 계열사 판매 비중은 생명보험은 25%로 유지하고, 손해보험은 33∼50%로 풀기로 했다. 

이번 규제 완화에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와 산하 은행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방카슈랑스의 성장세가 꾸준하고,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봐서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 방카슈랑스 누적 수수료 이익은 2711억으로 전년동기(1940억원) 대비 39.7%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1090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뒀다. 이어 △우리은행 730억원 △신한은행 518억원 △하나은행 373억원 순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이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하며 가장 큰 성장 폭을 보였다.

은행들은 내부 제도 개선과 인력까지 확충해 방카슈랑스 판매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방카슈랑스시스템 현대화 구축’ 입찰 공고를 내고 전산 시스템 고도화에 착수했다. 그간 은행 창구에서 보험 관련 문서를 종이 형태로 작성해 왔는데 이를 디지털 패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방카슈랑스 마케팅·영업 지원, 상품 자료 작성 등을 담당할 경력직을 채용하며 방카슈랑스 부분 영업 강화에 나섰다. 

이처럼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판매에 힘 쓰는 것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ELS 판매가 주춤해서다. 이에 새로운 비이자수익원 확보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손실의 여파로 고난도 상품 판매가 중단된 상황에서 금리 하락기에 고객들의 투자 수요에 맞춰 방카슈랑스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다”며 “은행들도 비이자이익 부문을 키워야 하는 만큼 방카슈랑스에서 발생하는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 계열 생명보험사 판매 비중이 그대로 유지된 것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 관계자는 “금융지주 산하 생보사들이 대형 M&A 이전 큰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주요 판매 채널인 은행과의 연계가 제한적이였기 때문”이라며 “금융소비자의 편익이라는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린다면 판매 창구를 늘려 업권간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라고 지적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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