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못했다…법정 공방 예고

MBK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못했다…법정 공방 예고

기사승인 2025-01-24 10:48:47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지난해 9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두 영풍 사장, 김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했던 상황을 역전시켰다. 다만 MBK·영풍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해 법정 공방 연장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차례로 의결했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 열릴 예정이었지만 주주 명부 확인과 의안 투표 결과 집계 등에 시간이 소요돼 오후 1시53분에 개회했다. 고려아연 측과 MBK·영풍 측의 날 선 공방 속에 진행되며 오후 10시를 넘겨 폐회하는 등 파행했다.

이날 주총의 핵심 안건은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었다. 이 안건은 현재 제한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최 회장 측이 제안했다. 안건은 표결 결과 출석 의결권의 약 73.2%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승부가 갈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의 '11대 1' 구조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추천 이사 14명을 이사회에 새로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맞서 최 회장 측은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하며 MBK·영풍 측의 이사회 장악 저지에 나섰다.

이날 표 대결에서 이사 수 상한 설정안 가결로 MBK·영풍 측이 차지할 수 있는 이사 자리가 최대 7석으로 제한되면서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은 좌절됐다.

이어진 이사 선임안 투표 결과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 7명이 모두 과반 득표를 얻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 MBK·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은 각각 20~30% 찬성 득표로 상위 7위 안에 들지 못해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은 것은 고려아연이 전날 단행한 순환출자로 지분율이 25.42%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MBK·영풍 연합이 높다. 그러나 전날 조치로 이날 의결권 효력이 있는 MBK·영풍 측 지분이 40.97%에서 15.55%로 축소되면서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전날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지는데, 이를 이용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다.

이에 대해 MBK·영풍 측은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이 같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행위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MBK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의) 너무나도 부당한 해석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최대 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매우 위법하고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 등에 대해 반드시 책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MBK·영풍 측은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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