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연출 이도윤)의 기세가 매섭다. 메디컬물이지만 히어로물에 가까운 서사, 질질 끌지 않고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전개, 그리고 주지훈과 제법 잘 어울리는 ‘대세 배우’ 추영우가 벌써부터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공개 당일인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추영우는 “선배님들이 애정을 많이 가지고 찍으신 작품이고, 제게는 처음 해외에 공개되는 작품이라 떨리고 기대된다”고 밝혔다.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다. 극 중 추영우는 항문외과 펠로우에서 백강혁의 노예 1호가 되는 양재원으로 분했다. 양재원은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안정적인 삶을 좇아왔지만, 어쩐지 어리바리한 데다 순수한 열정을 지닌 인물이다.
추영우는 이러한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로 작품에 합류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저와 양재원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런 느낌이 있었다고 하셨어요. 제가 미팅 때 대본을 먼저 읽고 캐릭터랑 최대한 비슷하게 가려고 하는 편이에요. 파란색 셔츠를 단정하게 입고 갔던 것 같은데요. 그게 통한 것 같습니다.”
양재원이 엘리트 펠로우라면, 추영우는 엘리트 배우였다. 매끄러운 의사 연기를 위해 의학용어를 열심히 익히고, 수술방 규칙을 숙지했다. 그는 “촬영에 지장이 가면 안 되니까 (규칙을) 몸에 익히려고 애를 많이 썼다”며 “살면서 다시는 못 해 볼 경험일 수도 있으니까 즐겁게 했다”고 돌아봤다.
“직업이 의사니까 공부를 많이 했어요. 용어 자체가 발음도 어렵지만 뜻이 뭔지 모르고 쓰니까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떤 상황이 쓰는지 정도까지 인지하고 쓰니까 좀 의사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공부하려고 했어요. 또 수술방에 규칙들이 있는데 감정이 집중하다 보면 가끔 깨게 돼서, 보고 계시던 (의사)선생님의 조언을 받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추영우에게 ‘중증외상센터’는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작품이다. 앞서 감명 깊게 본 영화 ‘좋은 친구들’의 이도윤 감독과 주지훈과 함께한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주지훈은 그의 롤모델이다. 실제로 만난 주지훈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배려심도 넘치시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어떻게든 후배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하셨어요. 그리고 선배님의 말 한마디가 저희한테는 되게 크거든요. ‘이게 맞고 저게 틀려’ 이런 말이 저희한테는 일생일대의 말이 될 수도 있는데, 그걸 아셔서 항상 조심스럽게 말씀해 주셨어요. 이 부분이 사랑으로 느껴졌어요.”
추영우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의 인기에 힘입어 가장 주목받는 20대 남자 배우로 언급되고 있다. ‘중증외상센터’가 ‘옥씨부인전’보다 늦게 공개됐지만, 사실 ‘중증외상센터’는 2023년에 촬영됐다. 지금의 성공은 주지훈을 비롯해 많은 선배의 사랑을 무럭무럭 먹고 자랐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추영우는 “재원이랑 같이 성장했다”고 인정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선배님들처럼 경력이 많지 않다 보니까, 캐릭터 구축에 확신이 없었어요. 그럴 때마다 다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어요. 주지훈 선배님도 이도윤 감독님도 여러 동료와 선배님들도 계속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셨어요. 제 아이디어도 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셨어요. 그리고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과 자신감을 계속 주셨어요. ‘그렇게 해도 돼’, ‘그렇게 해도 괜찮아’, ‘내가 볼 땐 재밌는데’ 이런 말들이 계속 쌓이면서 제 자신감이 됐어요.”
전성기를 맞은 지금이 거듭 믿기지 않는다는 추영우다. 상승세를 제대로 탄 그지만, 여전히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신인 배우의 풋풋한 열정이 느껴져 더욱더 매력적이었다.
“아직 현실감이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멜로도 해보고 싶고요. 이도윤 감독님의 ‘좋은 친구들’처럼 친구들 이야기도 해보고 싶고요. 개인적으로는 공포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평소 공포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촬영 과정이 어떤지, 배우들이 혼자 남겨졌을 때 진짜 앵글 밖에 아무도 없는 건지 궁금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