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실시한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매운맛’을 예고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말대로, 금감원은 타은행·지주보다 특히 우리금융·은행을 겨냥해 부당대출, 건전성 관리 부실, M&A 등 전방위적으로 문제점을 짚었다. 우리금융이 숙원인 보험사 M&A를 앞두고 적신호가 켜진 모양새다.
이번 현장 검사에서 확인된 부당대출 규모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에서는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 730억원을 포함, 총 2334억원(101건)의 부당대출이 발생했다. 이는 기존에 확인된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350억원 이외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이 추가 적발된 것이다.
특히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 730억원 중 451억원(61.8%)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23년 3월 이후 취급됐다. 또 전체 부당대출 730억원 중 338억원(46.3%)이 부실화됐다. 금감원은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브로커 지점장에 소개…3800만원 부인 계좌로 수수한 임원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여신을 주도적으로 취급한 우리은행 지역본부장 A씨는 한 영업점을 통해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한 법인에 여신 42억7000만원(6건)을 취급하면서 자금용도・상환능력 평가를 소홀히 하는 등 내규를 다수 위반했다. 퇴직 후에는 친인척과 관련한 차주사에 재취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아울러 우리은행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은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했고, 이 중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했다. 전체 부당대출(1604억원) 중 1229억원(76.6%)이 부실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은 같은 교회 교인으로 알려진 대출 브로커를 부하직원이었던 지점장에게 소개했다. 지점장은 브로커를 통해 여신 17억8000만원(3건)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상환능력・소요자금 심사 등을 소홀히 하고 부인의 계좌로 3800만원을 수수한 정황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다. 우리은행에서는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확대되자, 내부 손실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평가데이터 입력값(변동성값)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방법으로 손실 누적액(약 1000억원)을 2년 가까이 숨긴 혐의도 있다.
M&A 절차 문제 삼은 금감원…‘지주회장이 결정’ 명시
우리은행은 금융사고 징계도 솜방망이였다. 손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시킨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둔 영향이다. 우리은행의 중과실 기준, 귀책금액은 10~20억원(비외감 5~10억원)이고 징계가 ‘견책’으로, 타은행 기준(귀책금액 2억원 이상, 징계 ‘감봉 이상’) 보다 징계 기준이 느슨했다.
보험사 M&A 과정에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감원은 임 회장을 콕 찝어, 임 회장이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이 자회사 M&A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하는 등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되었는데도, 이러한 중요사항이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