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업계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놓고 기준금리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금리가 인하되지 않으면 ABS 발행으로도 조달 비용을 줄이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사업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ABS 발행량을 늘렸으나 기준금리 인하 폭이 작아 평균 조달금리는 낮아지지 않았다. 기준금리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앞으로도 ABS가 대안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BS는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을 채권으로 유통해 현금화하는 수단이다. 카드채권은 카드사가 가맹점에 지급하고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받을 카드 대금을, 할부 및 리스 채권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관련 할부금이나 리스금을 자산으로 한다. 할부 및 리스 ABS는 지난해 처음으로 허용됐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자금 조달을 위해 ABS를 대량 발행했다. 금융당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카드업계가 발행한 카드채권 ABS는 6조2957억원으로 전년(4조5731억원) 대비 1조7226억원(37.7%) 늘었다. 할부 및 리스 채권 ABS는 지난해 5128억원 발행됐다.
ABS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보다 금리가 낮아 상대적으로 카드사에 유리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ABS의 신용등급은 기초자산인 카드 대금, 할부금 등 매출채권을 평가해 매긴다. 반면 회사채 금리는 카드사 신용등급으로 결정된다. 우량 매출채권으로 구성한다면 ABS 신용등급을 회사채보다 높게 받을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카드사의 자금조달 부담은 감소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발행된 한국신용평가 보고서를 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지난해 3분기 평균조달금리는 2023년 대비 △현대 0.6%p △우리‧롯데‧하나 0.5%p △KB국민 0.4%p △신한 0.3%p △삼성 0.2%p △비씨 0.1%p 올랐다.
기준금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금리 인하기 발행한 여전채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ABS로 그 자금을 조달했는데, 기준금리 영향을 받은 ABS 금리가 인하기 여전채 금리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 등은 지난달 31일 “(지난해) 시장금리는 하락세지만 기존에 저금리로 차입한 회사채가 잔존함에 따라 조달금리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3년 전인 지난 2022년 2월 발행돼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카드사의 기타금융채(여전채)의 평균 표면금리는 2.68%다. 여전채는 보통 1~5년 만기다. 지난해부터 카드사가 발행한 ABS 채권의 평균 표면금리인 3.51%보다 1.17%p 낮다.
금리 동결이 지속되면 올해도 ABS 금리가 높게 형성돼 자금조달 비용이 커질 수 있다. 노 애널리스트 등은 “신규 조달하는 회사채 금리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금리보다 높아 이자비용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도래하는 카드사의 기타금융채 평균 표면금리는 3.25%다.
조달비용 부담이 큰 카드업계는 이에 따라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동결된) 현재는 조달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아 올해 전체적인 ABS 발행물량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다음달까지는 (금리 추이를) 지켜보려고 한다”고 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금리 인하를 중단하고 정책금리의 목표 범위를 연 4.25~4.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은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