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서울 광화문광장에 6·25 전쟁 참전국을 기억하고 고마움을 전하기 위한 상징 공간 ‘감사의 정원’이 들어선다. 지난해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힌 서울시가 설계 공모를 통해 마련한 대안이다.
서울시는 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세종로공원 및 상징조형물 설계 공모’ 시상식을 열고 감사의 정원 조성 계획을 밝혔다. 공모에는 총 31개 작품이 접수됐다. 삶것건축사사무소와 프라우드건축사사무소, 엘피스케이프의 공동 응모 작품인 ‘윗마루, 아랫마당, 추모공간:22’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지상에는 조형물 ‘감사의 빛 22’를 설치한다. 6·25 전쟁 참전 22개국을 상징하는 5.7~7m 높이 조형물 22개의 빛기둥이다. 이 기둥은 22개 참전국에서 가져온 검은 화강암으로 만든다. 측면에는 참전국 고유 언어로 애송시, 문학작품, 글귀 등을 새겨 희생을 기린다.
지하에는 참전국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선다. 설치된 미디어월에서 22개국의 현지 모습과 태극기를 비롯한 참전국의 국기 등이 송출된다. 시민과 방문객은 지상 조형물 사이 유리 브릿지 위를 걸어 세종로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다. 유리 브릿지에는 스마트글라스가 내장돼 지하에서 올려다볼 때 큰 미디어 스크린으로 작동한다.
지하 공간은 광화문역, KT빌딩, 세종문화회관 지하 등과 연결된다. 세종로공원은 경복궁의 넓고 트인 공간감과 대비되는 밀도 높은 도심 숲으로 조성된다. 연면적 8768㎡, 지상 1층~지하 2층에는 식당, 카페, 다목적 공간 등이 들어선다.
앞서 시는 지난해 6월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논란이 일자 보류한 바 있다. 광화문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 상징물을 세운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지나친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어 같은 해 9월 설계 공모를 새로 내 이번 작품을 선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22개국에서 보내온 석재로 조형물을 만들고 다양한 미디어 기법을 활용해 대한민국을 이뤄온 감사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과거의 희생과 미래를 향한 감사를 승화시킨 의미 있는 조형물을 선보일 것”이라며 “국가 상징이자 서울의 랜드마크인 광화문광장에 ‘감사의 빛 22’을 포함한 지상‧지하공간을 동시에 열어 세계인이 주목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세계인들이 반드시 찾는 명소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