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은행을 겨냥해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한 우리금융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국-금융사 관계, 온정주의로 비쳐져서는 안돼”
이 원장은 4일 10시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본원에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이 원장은 직접 설명에 나서 “DLF, ELS 등 수많은 밀어내기식 불완전판매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면서 “금융당국이 금융사와의 관계를 건강한 긴장 관계가 아닌 온정주의적 관계로 취급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 경영진 취임 후 이뤄진 부당대출과 부실률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배경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이 원장은 “(현 경영진이) 문제가 발생한 이후 재발 방지를 하고,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이게 의지만으로 가능한건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5개월간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해 고강도 검사를 진행한 결과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이외에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것까지 추가로 발견해 부당대출 금액이 73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 중 451억원, 즉 61.8%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취급됐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사안, 원칙대로 2개월 내”…보험사 인수 안갯속
건전한 재무상태와 경영관리상태는 우리금융이 자회사 편입승인을 얻기 위한 요건 중 하나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15일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승인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자회사 등 편입승인 심사는 금감원이 담당한다. 또한 금감원의 정기검사 결과를 토대로 경영실태평가(경평) 등급이 나오는데, 현재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인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우리금융이 경평 3등급을 받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부실 대출 규모가 굉장히 늘어난 것은 분명히 내부통제나 조직 문화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된다”고 에둘러 답했다.
또 당국은 정기검사에서 적발된 내용에 따른 제재와 별도로, 경평을 최대한 빨리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제재는 법률적 쟁점 사항 등을 검토해야 해 금융위 유권해석을 거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제재와 경평을 함께 내놓으면 보험사 M&A 자회사 심사 기한인 2달을 넘길 수 있다.
이 원장은 “통상 2개월 내 심사를 해야 한다. 기한을 늘릴 수는 있지만, 이번 건처럼 민감한 사안은 가급적 원칙대로 하고 싶다”면서 “2월 중 금융위에 자료를 송부해 금융위가 3월 내 판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금융사 질책 아냐” 부인했지만
금감원은 이번 발표를 통해 현 경영진이 이번 사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 회장 거취에 대한 압박으로도 읽히는 부분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결코 전임회장을 비호하거나 사건 은폐, 축소를 하지 않았다”면서 “제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 발표가 우리금융, 은행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재차 부인했다. 박 부원장보는 “책임 문제를 거론하거나 이런 부분은 전혀 아니다. 현 경영진이 취임하고 시간이 1년반 이나 지났음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현 경영진이 다시 한번 고민을 해야 될 지점이 아닌가 이런 부분으로 이해를 해달라”고 말했다.
또 은행 부당대출과 내부통제 미비 책임을 지주회장에 물어야 하는지, 지주 준범 감시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는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금감원은 “이번 발표가 특정 금융사를 비난하거나 일방적으로 질책하고자 하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설명회 내내 재차 강조했다.
보험사 인수 인허가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위에 공을 넘겼다. 박 부원장보는 “규정에 따르면 건전성 요건은 금감원 경평을 ‘준용’하도록 돼있다. 자본금증액이나 부실여신 정리 등 건전성 부분이 충분히 확보된다고 금융위에서 인정한 경우에는 인허가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최종 의사결정은 금융위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