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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회동하며 비명(비이재명)계 포용 행보에 나섰다. 최근 비명계 내에서 당내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 대표가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비명계 내부에서는 단순한 회동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강해, 당내 통합 흐름이 아직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김 전 지사와 만나 당 방향과 통합 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동은 모두발언 후 실무자 없이 독대하는 방식으로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김 전 지사가 지난해 12월 5일 독일 유학 중 급거 귀국해 이 대표를 만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김 전 지사는 이날 회동에서 당내 다양성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극단과 배제 논리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정권교체와 민주주의 승리를 위한 통 큰 통합의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 중심의 당원 소통 구조가 극단화를 부추긴다”며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다양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도 공감을 표했다고 김태선 당대표 상황실장이 전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지사에게 “함께 손잡고 가길 기대한다”며 비명계 포용 의지를 내비쳤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김 전 지사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명계 내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기류가 감지된다. 단순한 회동이 아닌 이 대표의 구체적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비명횡사’ 논란과 대선 패배 책임론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비명계 인사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회동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통합 움직임”이라며 “말로만 화합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전직 의원은 “이 대표가 진정한 통합을 원한다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대표직을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공개적인 회동만으로는 비명계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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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명계 원외 모임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명계 인사들의 모임인 ‘희망과 대안’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희망과 대안은 비명계 대선 주자부터 원외 인사까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상임공동대표를 맡는다.
양 전 의원은 “민주당이 하나가 돼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기득권을 어느 시점에서 내놓고 누구든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선 경선을 치러야 한다”며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선 후보가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김동연, 김경수, 김부겸 등 다양한 인물이 함께 정권교체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