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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택 정비사업장에서 온도차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정비 사업장에서는 치열한 경쟁 수주가 펼쳐지고 있지만 한 켠에서는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내 정비사업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 시공자 선정을 마친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다. 지난 16일 시공자 선정을 마친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사업도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의 경쟁입찰이 성사됐다. 총회 결과 포스코이앤씨가 수주권을 확보했다.
연내 경쟁 입찰이 전망된 곳들도 있다. 개포주공6·7단지, 잠실우성1·2·3차, 압구정2구역 재건축 등이 대표적이다. 개포주공 일대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리턴 매치가 전망되는 곳이다. 잠실우성은 GS건설과 삼성물산이, 압구정은 다수 10대 건설사가 눈독 들이고 있다.
그러나 정비 사업의 핵심지인 서울에서도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권 한복판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4차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지난 5일 시공사 입찰을 진행한 결과,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총 사업비 1조원 규모에 강남권 한복판임에도 유찰된 것이다. 이 단지는 삼성물산의 수의계약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5차 아파트는 지난해 7월과 지난 12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참여 의향서 제출을 마감했다. 두 차례 모두 포스코이앤씨만 응해 유찰됐다. 지난해 총 공사비 2129억8800억원을 제시했던 조합은 최근 240억원 늘린 2369억원으로 재입찰을 진행으나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않았다. 포스코이앤씨의 수의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서울 성북구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엔 삼성물산만 참여해 유찰됐다. 서대문구 연희2구역 공공재개발도 지난달 시공사 입찰에 DL이앤씨만 응찰해 유찰됐다.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공고는 2곳 이상의 건설사가 참여해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 재공고를 내야 한다. 두 차례에 걸친 공고에도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수의계약으로 전환된다.
업계에서는 고금리·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무리한 수주를 지향하는 분위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 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건축 수주 후에도 공사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신청은 2020년 13건에서 2023년 32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공사비 검증은 36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선별 수주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보통 사업성이 좋은 곳들은 경쟁 입찰이 이어지는데 공사비 급등 등으로 인해 무리해서 수주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각자 주력하는 사업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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