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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본인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겸허히 임하겠다”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다만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관여하지 않았다”며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해달라고 헌재 재판부에 요청했다.
헌법재판소는 19일 오후 2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1차 변론을 열었다. 사건이 헌재에 접수된 지 54일 만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7일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가결시켰다. 사유는 △김건희 여사·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별검사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비상계엄 선포 묵인·방조·공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 △내란 상설특검 임명 불이행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을 들었다.
한 총리는 헌법재판소에 입장하면서 대리인단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국민 한분 한분이 겪고 계신 불안과 혼란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겸허하고 성실하게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 측 탄핵소추 사유가 전부 타당하지 않고 탄핵소추 의결 역시 부적법하다며 재판부에 각하·기각을 요청했다.
오후 2시부터 열린 1차 변론에서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계엄 이외 다른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 사전에 몰랐다.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시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며 “군 동원에도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국정을 공동 운영하겠다고 한 것이 위헌이라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 안정된 국정 운영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일 뿐이다.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서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것과 특검 거부에 대해서는 “여야의 실질적 합의 없이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 전례가 없는 점을 깊이 고민했다”며 “국회는 제가 권한대행이 되자마자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했지만, 이는 국회의 요구에 즉시 따르는 쪽이 오히려 우리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론 분열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끝으로 한 총리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우리 국민이 어려운 상황을 겪는 것에 대해 일신의 영욕을 떠나 진심으로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다”며 “대한민국이 극단의 시대를 넘어 합리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헌재가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로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청구인인 국회 측 정청래 탄핵소추단장(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한 총리가 각종 특검법, 헌법재판관 임명 등에 여야 합의라는 헌법에 존재하지 않는 논리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특검법 등이 통과되면 정권에 불이익이 되기에 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여야 합의라는 존재하지 않는 법적인 근거를 대는 것이 헌법적 의무를 이행해야 할 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해야할 언행인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단장은 한 총리가 앞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위험천만한 일이었다”며 “헌법 어디에도 국회법 어디에도 여야 합의가 돼야 국회가 의결한 것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 총리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은 시작한 지 1시간30분만에 종결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재판관 회의(평의)를 거쳐 선고기일을 정해 알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