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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빅3’ 타이틀을 지켜 온 애경산업이 에이피알(APR)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에 따라 국내 화장품 기업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5% 감소한 4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6791억원으로 1.5% 증가했다. 지난해 실적을 사업별로 보면 화장품 매출은 2615억원으로 4.1% 늘었고, 영업이익은 291억원으로 20.0% 감소했다.
생활용품 사업의 연간 매출은 4176억원으로 전년도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183억원으로 28.5% 줄었다. 애경산업은 국내와 글로벌사업 역량 확대를 위한 투자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줄었으나 일본 등 비중국 국가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운영 채널을 다변화해 매출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에이피알은 지난해 연결기준 최다 매출액인 7228억원을 올리며 애경산업을 뛰어넘었다. 에이피알의 매출은 전년 대비 38.0%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227억원으로 17.7% 늘었다. 지난 2014년 설립 이후 11년 연속으로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간 국내 뷰티 기업 3대장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최근 북미와 일본 등에서 한국 화장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글로벌 매출 관리가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해외 매출 4000억원을 넘어섰다. 에이피알의 에이지알 뷰티 디바이스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말 기준 300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중국·일본·홍콩 등 10개국에 법인을 설립했고, 글로벌 매출 비중은 2023년 44%에서 64%로 확대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지역별 성장률은 미국 130%, 일본 125%, 홍콩 142%를 기록했다.
반면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뷰티 부문은 해외 매출이 66%지만,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합쳤을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은 34.7%에 불과하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회사 전체의 해외 매출 비중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의 총합으로 화장품 대비 생활용품은 국내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으로 이점이 반영된 수치”라며 “애경산업은 화장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사업에서도 글로벌 확대 및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출 비중은 그렇지만,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생활용품이 40%, 화장품이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용품 중심의 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화장품 사업의 매출과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는 중”이라며 “2023년 회사 전체 매출 중 25%를 차지한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3.4%로 감소한 반면, 중국 외 글로벌 매출은 9.6%에서 10.8%로 증가하는 등 채널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국내 화장품 기업은 모두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병행해 판매해 왔다”며 “사실 치약이나 샴푸, 헤어케어 제품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미 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국내 화장품은 아마존 등에서도 상위 랭크될 만큼 경쟁력이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가성비 제품 등이 골고루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라며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처럼 K-뷰티만의 기술력을 살린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내에서 얼마나 입지를 키우느냐가 향후 기업 성장률을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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