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대출 사건으로 드러난 우리금융 조직문화가 노동조합에서도 갈등과 불화를 불러오고 있다.
문제는 1부 행사가 끝나고 정 행장 등 초대받은 인사들이 나간 뒤 2부 행사에서 불거졌다. 노조 간부의 폭행 및 돈 상납 의혹이 제기된 것. 한 대의원은 공개적으로 노조 A간부를 향해 다른 간부 뺨을 때린 사실이 있는지, 또 신임 간부들에게 500만원씩 받은 사실이 있는지 질문했다. A간부는 선거 과정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부가 자발적으로 돈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또 “(불화가 있던 밑의 간부가) 남자답게 ‘한대 때리고 없던 일로 해달라’고 얘기해서 (때렸다)”고 인정했다. 상대를 간부대 간부가 아닌 선후배, 남자대 남자로 봤다면서 공식 사과했다.
우리은행 노조는 ‘힘센 노조’로 평가된다. 우리금융 주주구성과 연관이 있다. 우리금융 최대주주는 우리금융‧은행 우리사주조합이다. 3분기 말 기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8.74%(각각 6.02%, 2.72%)다. 우리사주조합장은 노조 위원장이 추천한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장은 손혁준 우리은행 노조 부위원장이다. 조합 임원도 노조와 사측이 추천한 인물들을 놓고 직원들이 찬반 투표하는 방식으로 선정된다.
특히 노조 지도부는 은행 안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은행장 다음이 노조위원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승진·이동 등 인사에도 암암리에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노조 지도부는 다수가 지점장, 센터장 등으로 승진했다. 내부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 폭행 사건과 경중이 다르다고 보는 이유다. 쿠키뉴스와 만난 한 관계자는 “노조 핵심 지도부 권력은 막강하다. 감히 대들 수 없는 존재”라며 “폭행 등 비위가 터져도 내부에서 브레이크를 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감독당국은 우리금융·은행의 수직적 조직문화가 부당대출 사고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브리핑’에서 우리금융을 겨냥해 “(검사 결과)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 등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조는 이번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에 대외적으로 침묵했다. 지난 2020년 금감원이 손 전 회장에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자 당시 노조는 사퇴 촉구 대신 “내부통제와 관련한 법적 처벌 근거가 없다”며 손 전 회장 편을 들기도 했다. 노조가 조합원 보호와 경영진 감시·견제라는 본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의원은 지난달 22일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대의원회의에서 어용노조, 계파갈등만 똑똑히 확인했다”면서 “직원들이 (손 전 회장 사건으로) 남부지검에서 조사받을 때 노조는 어디 있었나. 투명, 정직하고 직원 곁에서 싸울 수 있는 노조가 이제는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폭행과 돈 상납은 관련자들의 사과로 끝날 부분이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A간부는 쿠키뉴스에 “(우리은행이) 한일, 상업계파 문화가 있어 선거때 돈이 많이 들어간다. 일부가 돈을 냈다고 들었다. 성의표시를 좀 하고 싶다고 냈을 수는 있다”면서 “(나는) 돈을 보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폭행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끼리 원만하게 해결했는데 2년 전 일을 들추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