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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권 ‘이자장사’ 비판과 관련해 “대출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원리는 작동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 안정이 중요한데 작년에는 가계부채 관리라는 부분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와서는 시간도 지났고 이제 좀 반영할 때가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하해 기준금리를 연 3.0%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오히려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은행들이 평소 우대금리를 적용해 깎아주는 정도를 줄이며 이자장사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는 “대출 금리도 가격이고, 거기에 대해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강하게 개입하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면서도 “시장원리는 작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금리 산정 점검에 대해선 “(금융감독원에서) 금리 결정 과정이 시장원리에 따라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을 한다는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 21일 국내 은행 20곳에 대출자별·상품별로 지표·가산 금리 변동 내역과 근거, 우대 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은행들이 정부 당국과 소통을 잘해준 데 고맙게 생각한다”며 “가계부채와 관련해 (경상성장률 내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조금 더 보겠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쏠린다. 현재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75%로 0.25%p 더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9일 경제, 금융당국 내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발언했다.
이 원장은 20개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2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물가나 환율 추이, 내수 등 다양한 경기 상황,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을 보면 조금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하는 당국 내 공감대, 또 사회적인 공감대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이를 계기로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에 서서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은행들도 하나 둘 대출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타은행보다 더 낮췄다가 쏠림 현상이 발생, 속도조절에 실패하고 대출 연간 목표치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한번에 크게 낮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지난주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건설경기안정대책’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여기에는 은행들이 지방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면 가계부채 관리상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방안이 지방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지방에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문제는 높은 분양가, 공급 과잉, 수요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경기 문제를 완화시켜 나가는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토대로, LH에서 미분양을 매입하겠다는 직접적 조치가 강구됐다. 금융쪽에서는 DSR이나 이런 규제 완화 요구가 있었지만 신뢰성, 효과성 측면에서 지금 적절한 조치는 아닌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 “금융을 풀어서 이 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수도권보다는 지방으로 자금이 공급되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조치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밖에도 김 위원장은 3월 말 주식시장 전체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 재개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 관련 법령 개정 작업 이후 제도 개선 조치가 마무리됐다”며 “시스템 점검을 통해 별문제가 없으면 3월31일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700여개 전 종목에서 공매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또 신용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인상되거나 소비자 서비스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전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2023년 애플페이 약관심사를 할때도 전가를 못하는 조건을 붙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