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도 반영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최근 상속세·근로소득세 완화 정책을 내놨고, 기업 감세 정책까지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노동계의 숙원 과제로 불리는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재발의하면서 정책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25일 민주당은 이 대표를 주축으로 상속세·근로소득세 개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대표는 상속세 일괄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상향하고 배우자 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초부자들은 감세를 해주면서 월급쟁이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세를 해 온 것인데 고칠 문제가 아닌가 싶다”라고 밝히며 사실상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 추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근 보수 진영 과제로 꼽히는 감세 정책을 언급하며 ‘우클릭’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부동산 정책에서도 우회전 중이다. 이 대표는 전날(24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 출연해 다주택 보유자들에 대해 “세금을 열심히 내면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은 가급적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 대표가 지난 2022년 대선 공약으로 땅을 가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토보유세 신설’을 내건 것과는 다소 대조되는 행보다.
이 대표의 정책 기조 변화는 올해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탈이념·탈진영 실용주의를 강조한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저 사람 바뀌었나’ 싶을 수 있지만 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생각은 똑같은데 상황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침체하는 경제 상황과 극우화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민주당의 역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만히 있었더니 오른쪽에 가 있더라’는 식으로 세상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자리(보수)를 우리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당 안팎에서 ‘우클릭’ 비판은 물론 당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재발의하며 노동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도 내세웠다. 이 같은 정책 노선은 “민주당은 진보부터 보수까지 스펙트럼이 아주 다양하다”는 이 대표의 발언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정책 스펙트럼 넓히기 전략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중도층을 겨냥해 실용적 경제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의 진보적 정책을 유지하며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방지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안보·경제 영역은 보수적 인사가 보수적 정책을 하고, 사회·문화적 영역은 진보적 인사들이 진보적으로 집행하면 된다”며 “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가. 진보적 정책을 기본으로 깔고, 보수적 정책도 필요하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