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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을 운영하는 한진그룹이 최근 제주도 지하수 취수량 증산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진이 다음 달께 제주도에 증산 신청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며 규모가 커지자 기내 생수 공급량을 늘릴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사회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온다. 제주특별법상 지하수 관리 조례에 따라 지하수자원은 경제재가 아닌 공공재로, 공익에 맞게 보전·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민간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지하수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설명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제주도 지하수 일 취수량을 현 100톤에서 150톤으로 늘리기 위한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의 공식 기내생수인 먹는샘물(생수) 브랜드 ‘한진 제주퓨어워터’의 생산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제주퓨어워터는 대한항공 계열사 한국공항이 제주도 서귀포시의 화산암반수로 만드는 먹는샘물 제품이다. 제주특별법상 먹는샘물을 제조·판매하려는 경우 지하수개발·이용허가를 받을 수 없다. 때문에 제주도에서 먹는샘물 생산은 제주 공기업 ‘제주개발공사(제주삼다수)’만 가능하다. 그러나 한진은 제주도특별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1984년 200톤의 지하수 개발 허가를 받아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다만 제주도는 1996년 실사용량 등을 이유로 허가량을 100톤으로 감축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라 한진은 기내 생수 공급을 늘리려 하고 있다. 이날 각 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항공기 보유 대수는 대한항공이 159대(여객기 136대·화물기 23대), 아시아나는 69대(여객기)다. 총 228대로, 지난해 말 기준 항공사들의 전체 항공기 운용 대수(416대)의 절반 이상이 되는 셈이다.
특히 탄산수 제품 생산도 계획하고 있어 한진 입장에서는 취수량 확대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를 보면 한진은 지난해 11월14일 탄산수인 ‘제주퓨어워터 스파클링 플러스+’의 상표등록출원서를 냈다. 제품은 제주도에서 채취·생산한 깨끗한 물을 원재료로 한 탄산수·비알코올성 음료·과일향 탄산음료 등이다.
한진 계열사 한국공항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더불어 아시아나의 저비용항공사(LCC)가 계열사로 들어오며 기존 취수 허가량으로는 기내 생수 납품이 어려워졌다”며 “(공급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취수향 증산 신청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진의 취수 허가 기간은 오는 11월까지다. 한진이 제주도에 기간 연장과 증산 허가 신청을 하면 도의 심사를 거친 후 제주도의회 동의를 얻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취수량 증산) 신청이 접수되면 통합물관리위원회가 심사를 하게 된다”며 “또 도에서 도의회에 동의안을 보내고, 도의회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등 여러 절차를 진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이에 대해 결정된 게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민과 사회단체 사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민간 기업의 취수량 확대로 지하수의 공공성을 훼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단체인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제주 지하수 공수(公水)관리 정책의 핵심은 물은 경제재가 아니라 공공재로 인식하고, 이를 공공의 이익에 맞게 보전·관리한다는 것”이라며 “한진의 먹는샘물 판매는 이러한 제주도 공수 관리체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기업의 이윤추구 사업이다. 때문에 제주도민들 역시 한진의 지하수 사유화에 반대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 관계자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공공 자원인 제주 지하수는 공적 관리를 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에서도 지하수는 공공재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 민간기업의 지하수 취수 허용 불허 여론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화물 항공편 확대 등을 조건으로 다음 달 쯤 사업자가 증산 신청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민간기업의 지하수 취수는 환경의 문제를 떠나 도민 사회에서 상당한 쟁점 현안이다. 제주도가 지하수 공수체계를 지키려는 결기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한진의 지하수 증량요구는 불가하다는 것이 제주도민의 오랜 민의”라며 “한진의 지하수 증산 요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지하수의 보전과 한진의 사업철수를 위한 방안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도 한진이 취수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먹는샘물 시장이 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한진은 기내 먹는샘물 공급량을 꾸준히 확대하려고 할 것”이라며 “한진은 이미 다른 민간 기업이 절대 하지 못하는 제주 지하수 취수를 40년간 해 온 유일한 민간 기업이다. 취수량 증산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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