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금융사 위험노출(익스포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익스포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4개 증권사 CEO 등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에 대해 “거래 업체의 대금 정산 이슈가 생길 수 있어 모니터링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 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D로 강등했다. 수익성 악화로 인한 장기간 적자와 재무부담 등이 이유였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MBK파트너스에 거액의 인수 대금을 빌려준 금융권에 관심이 쏠린다. 홈플러스 채무 조정 대상은 2조원 규모다. 주 채권사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채권(신탁) 약 1조2000원을 가지고 있다. 매입채무 유동화 자금 약 3500억원, 기업어음(CP) 약 2500억원, 은행권 한도 대출 약 1100원 등이다.
다만 금융권은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신탁사 담보가치가 약 5조로 평가받는 만큼 자금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금융권 익스포저에 대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이 원장은 “유통업 특성상 다양한 부동산 자산으로 담보되는 가치가 있어 금융권에서 대규모 손실을 예상할 건 없다”며 “다만 여전히 충당채권으로 금융회사의 BIS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데, 개별 회사 분석을 해보니 유의미하게 큰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MBK 파트너스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과거 사모펀드(PEF)가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에 있어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시장 전체의 활력이나 효율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기업, 채권자, 인수PE 모두가 어느 정도 합의를 통해 조건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이해충돌이 크지 않았는데, 최근엔 과거에 없던 상황이 생기고 있다”며 “PE 펀드 라이프 스팬(주기)과 투자 회수 구조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제도 개선도 시사했다. 이 원장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와 관련해 여러 작용과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연구원에 용역을 발주해놨다”며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기초로 금융위를 중심으로 점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