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현장검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비트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제재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추가 검사를 예고하면서 규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12일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현장검사에 나섰다. 지난해 빗썸을 점검한 데 이어 현재 업계 3위인 코인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 타깃으로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가 지목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를 갖은 후 기자들을 만나 “업비트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려고 준비 중”이라면서 “IT시스템의 실패와 관련된 문제들의 개선 여부, 불공정 거래 추출 관련 미비점 등을 검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번 현장검사가 강도 높은 규제 적용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특히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FIU의 제재 조치에 반발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규제 리스크가 한층 부각됐다. 앞서 FIU는 두나무가 금융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임원 문책경고·면직 등 강도 높은 제재를 내렸다. 이에 두나무가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가 더욱 엄격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형 거래소보다 법적 대응이나 내부 통제 역량이 부족한 중소 거래소들은 더욱 불안한 모습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 제재 이후 분위기가 훨씬 경직됐다”며 “특히 중소 거래소들은 금감원과 FIU의 검사 강도가 높아질까 걱정하고 있다. 당국이 업비트와의 소송을 의식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영업 연장을 위한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심사를 앞둔 거래소들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VASP 등록은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의 필수 조건으로, 갱신이 지연되면 해당 사업자는 법적 규제와 운영 중단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번 현장검사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갱신 불가나 강도 높은 제재가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의 제재에 대비해 내부 시스템 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빗썸은 최근 금융감독원 출신 팀장급(3급) 직원 2명을 준법감시인과 감사실장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들은 ‘전관 영입’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소 거래소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며 “금융당국의 현장검사 결과에 따라 시장에서 퇴출되는 거래소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