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번 주로 점쳐지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고 이후 국론 분열은 물론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만큼,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초당적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에 작금의 국가적 혼란을 멈추려면 정치권이 탄핵 심판 선고에 제대로 승복해야 한다”며 “우리 당은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이미 여러 차례 헌재의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민주당도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은 승복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민주공화국에서 헌법 질서에 따라 내린 결정을 승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당연히 승복해야 하고 승복해 왔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전날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헌법 수호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헌재 결정 승복 메시지를 내는 이유는 탄핵 심판 이후 예상되는 국론 분열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법치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함이다. 만약 정치권이 헌재 판결을 부정하거나 선동에 나설 경우, 극단적 지지층 중심으로 제2의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와 같은 물리적 충돌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재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헌재의 탄핵 심판에 대해 ‘승복’ 54%, ‘불복’ 45%로 나타난 만큼,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려도 탄핵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응답률 21.1%,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같은 맥락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여야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 이후 분열과 갈등을 그만하고 우리 통합하자’는 메시지를 내는 게 대통령의 당연한 책무”라며 “우리 사회에 있던 분열, 국론의 분열, 국민 간의 갈등에 대해 대통령이 뭔가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 앞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로 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어떤 결과든 따르겠다는 진정성 있는 대통령의 승복 메시지는 국가 혼란과 소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큰 울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우리나라 정도 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가 갖춰진 나라에서는 승복은 당연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에서도 윤 대통령을 향해 헌재의 탄핵 심판 전 입장을 낼 것을 촉구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헌재의 판결은 단심제 아닌가,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며 “내란 가해자가 그 심판에 대해 어떤 결정이든 승복하고 수용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면 끝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의 탄핵 심판 대상은 비상계엄을 자행한 가해자 윤석열과 그 일당 국민의힘”이라면서 “승복은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윤 대통령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내부적으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장 표명을 자제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지난 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헌재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전한 것이 전부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당일까지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는 헌재의 탄핵 인용 선고 직후 청와대 관저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을 만나 “드릴 말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후 이틀 만에 사저로 돌아가며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상 ‘불복’ 메시지를 냈다. 이로 인해 서울 시청 앞 광장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가 본격화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