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트코인 초강대국’ 선언에 따라 가상자산이 글로벌 자본시장 화두로 부각됐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가상자산 기조를 반영한 정책이 속속들이 발표되면서 급물살을 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경우 관련 법제도와 규제 개선 등 다방면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쿠키뉴스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 12층 컨벤션홀에서 ‘2025 쿠키뉴스 미래경제포럼’을 개최했다. ‘트럼프 2.0, 불확실성의 시대 : 생존 전략은’을 주제로 글로벌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가중된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과 향후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화폐 정책 변화’ 강연을 맡은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정말 많은 행정명령과 정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미국 대선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비트코인 컨퍼런스의 기조 연설자로 나와 미국을 ‘가상자산 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환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컨퍼런스에서 약속했던 방안 등을 가상자산 행정명령으로 서명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규정들의 재검토,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방안 검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금지,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 지원 등이 꼽힌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직책에 친 가상자산 성향 인물들이 다수 임명됐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신임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신임 상무장관, 폴 앳킨스( Paul Atkins) 신임 증권거래위원회(SEC) 지명자,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 가상자산 및 인공지능 책임자(특임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최 센터장은 “종합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상자산 사업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가상자산 관련 정책 변화는 △리더십 교체 △SAB 121 철회 △디지털 금융 기술 행정명령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방안 등이다. 최 센터장은 “SEC와 가상자산 업계가 가장 마찰을 빚던 부분은 가상자산의 증권성”이라며 “전임 SEC 위원장인 개리 겐슬러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은 증권성이 높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업계와 소송전을 벌였다. 그러나 겐슬러가 사임해 리더십이 교체된 이후 소송이 중단됐다. 증권성 여부가 완화되면 알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 센터장은 가상자산 관련 회계기준인 SAB 121을 트럼프 행정부가 철회한 것을 언급했다. SAB 121은 금융기관이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 대차대조표 반영을 의무화한 것이다. 그는 “재무제표 인식이라는 것은 결국 재무건전성에 대한 부담이 큰 금융기관 같은 경우 저절로 부채가 늘어난다. 그 때문에 가상자산 커스터디에 금융기관이 진입한 사례가 없었다”며 “마크 우에다 임시 SEC 위원장이 SAB 121을 철회한 뒤 만든 새로운 회계지침인 SAB 122는 전통 금융기관처럼 수탁자산에 대해 손실위험이 확인될 경우에만 부채로 인식한다. 이에 향후 전통 금융기관 중심으로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주(州) 인가 금융기관이 별도의 연방 차원 승인 없이도 주 규제기관 감독하에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게 해주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미국에서 전통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아직까진 없다. 이같은 법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니어스 법안이 제정될 시 미국도 유럽처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게 된다”고 짚었다.
향후 가상자산 시장은 비트코인 우주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센터장은 “과거 냉전 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이 군비 경쟁을 했던 것처럼 미국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지난해 코빗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비트코인 레이스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 주별로 살펴봐도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려는 움직임, 관련 규정을 채택하는 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엘살바도르처럼 금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나라들만 비트코인을 채택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중심의 변화를 비롯해 친 가상자산 정책을 채택한 스위스와 홍콩, 일본과 독일 등 나라에서도 비트코인 수요가 나타날 것”이라며 “앞서 언급한 미국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들이 제정될 경우 시장에 굉장히 긍정적인 전망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의 경우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저런 것을 왜 하냐는 것보다 ‘우리는 왜 안 하냐’에 대한 질문을 해봤으면 한다”면서 “국가와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게 선관주의적인 의무가 된다면, 우리 시스템은 언제 진입하고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또한 비트코인뿐 아니라 스마트 컨트랙트가 가능한 이더리움, 솔라나 등 알트코인 상에 굉장히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이 경우 크립토 킬러 앱이 향후 나올 것이다”라면서 “우리가 지금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메타, 인스타그램, 유튜브처럼 반드시 미국산을 써야 할까. 우리는 가능하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도 동반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최 센터장은 “홍콩은 국가 차원에서 크립토 허브를 만들자고 한다.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굉장히 진취적인 정책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며 “이를 벤치마킹해 블록체인 관련 법제도 정비나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가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부분에 대해 수익 다각화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 디파이 산업 등 시장 성장세를 감안한 전통금융과 협력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