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7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5년 HBM 물량은 이미 완판됐고, 내년 물량도 올해 상반기 내 고객과의 협의를 마무리하며 매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인공지능(AI) 성장의 출발점인 미국 고객과의 협력을 키워 관련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겠다”고 답했다.
이어 “2023년 대비 올해 HBM 시장은 8.8배 이상 증가하고 또 다른 AI 메모리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역시 3.5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하반기 HBM4 12단 제품의 양산을 시작해 HBM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저전력 D램 기반의 AI 서버 특화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 시장이 AI 서버향으로 수요 증대가 예상되기에 선제적으로 주요 고객들과 협업 추진 및 양산 공급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HBM 외에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나 저전력 압축부착 메모리모듈2(LPCAMM2) 등 다양한 솔루션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 주주는 최근 SK하이닉스의 HBM4 12단 샘플 공급 발표와 연관해 “딥시크와 같은 AI 저가형 모델이 출현하며 HBM4가 탑재되는 초고성능 AI 가속기 수요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설비 투자 변화에 관한 질문했다.
이에 곽 사장은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AI 모델이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데이터를 활용해야하는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오히려 딥시크와 같은 모델의 등장으로 신규 스타트업 기업의 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양질의 AI 서비스가 늘어나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맞춤형 반도체(ASIC) 기반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텔 중국 공장 운영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곽 사장은 “중국 팹(반도체 생산 시설)은 글로벌 메모리 생산, 글로벌 수요 대응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시설”이라며 “현재 미국정부 규제 범위 내에서 고객 대응을 최우선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주들은 주가 부양책과 함께 배당금 상향을 요구했다. 한 주주는 “재무안전성을 이유로 배당금을 25%밖에 올리는 것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지적했다. 이어 회사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물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으로 연간 고정 배당금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상향을 발표했다. 또 누적 잉여현금흐름(FCF,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 가운데 세금·영업비용·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한 부분)의 50%를 총 환원 재원으로 하는 기존 정책은 유지하되 정책 기간 종료 후 재무 건전성 목표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환원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는 변동성이 큰 메모리 사업을 하고 있어 업황에 따라 영업현금흐름이 크게 변동하고 경쟁사들과 비교해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상황이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재무건전성을 보완해 경쟁사 이상으로 높이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 규모의 영업이익이 지속된다면 정책 내에서 추가적 환원에 동력이 되는 재무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2~3년 내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곽 사장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4개 안건을 상정했으며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 사내이사의 경우 곽노정 사장이 재선임됐으며, 기타비상무이사에는 한명진 SK스퀘어 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특히 정기주주총회 종료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한애라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SK하이닉스 설립 이래 첫 여성 의사회 의장인 한 의장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조정인,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2022년부터 한국인공지능법학회 부회장도 맡아 AI와 관련된 다양한 법, 제도와 정책적 대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의장은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회사가 기술기업으로서의 중심을 잃지 않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