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헌법재판관 임기 연장법’ 소위 회부…“반헌법적 vs 공백 방지”

법사위, ‘헌법재판관 임기 연장법’ 소위 회부…“반헌법적 vs 공백 방지”

법사위 전체회의, 헌법재판소법 2건 소위 회부
대통령 권한대행 재판관 지명권 제한·후임 미임명 시 자동임기 연장

기사승인 2025-03-31 17:20:50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내용 등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상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과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회 법사위는 31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을 가결했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국회와 대법원이 선출하거나 지명한 재판관에 대해 대통령은 7일 이내에 임명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임명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재판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임기 만료 또는 정년이 지난 재판관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 또는 직무정지 등으로 권한을 대행하는 경우, 국회에서 선출한 재판관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것 외에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법안은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오는 4월 18일 끝나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후임 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2명의 재판관 임기 만료로 인해 ‘6인체제’가 되어 탄핵 심판이 공회전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반헌법적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소의 ‘공백 방지용’이라고 맞섰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에 나와 있는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음대로 바꾸겠다는 것은 헌법에 나와 있는 대통령 임기도 마음대로 줄이고 늘릴 수 있다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법치 훼손을 넘어 국가 기반을 흔드는 ‘이재명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략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 위헌법률까지도 강행 처리하려는 민주당의 시도야말로 대표적인 의회 폭거 사례”라며 “헌정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것은 마치 경기가 거의 끝나가는데, 한쪽이 골을 넣을 때까지 경기를 끝내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동시에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추천하는 재판관은 임명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상대팀 선수는 다 빼고 교체도 못 하게 막으면서 우리 팀 선수들만 남겨두자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헌법에 임기가 정해진 주요 공직자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자동으로 임기가 연장된다는 논리가 바로 독재의 시작”이라며 “만약 집권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상황에서 ‘대통령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5년 임기가 지나도 대통령이 계속하겠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재의 요구도 하지 않으며 다음 대선을 방해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이런 법안을 내고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의회 독재의 시작이다”라고 맹공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은 “독일, 라트비아, 스페인,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등 외국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공백이나 기능 정지를 막기 위해 재판관들이 일정 기간 계속 임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헌법재판관의 임기 연장 제도를 두고 ‘독재다’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독일 같은 나라들도 독재국가란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헌법 제113조 제3항은 헌법재판소의 조직과 운영 등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은 기본적인 틀만 규정하고, 세부사항은 법률로 보완하라는 취지”라며 “따라서 임기와 관련된 문제가 있을 경우, 법률로 그 내용을 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또 “일각에서는 권한대행도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보수 성향의 헌법학자들조차 대통령의 직무는 1심 전속적이며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동일한 권한을 가질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고 대통령직의 임시 관리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번 법안의 내용도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산회 직후 해당 법안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로 회부해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가 해당 법안에 대해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만큼 법사위 최종 관문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많은 의원이 의견 개진을 했는데 어제까지 봤을 때 (임기 연장 입법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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