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진 전기요금에 한전은 패싱”…기업들, 전력 직접구매 나선다

“비싸진 전기요금에 한전은 패싱”…기업들, 전력 직접구매 나선다

- 제도 정비, SMP보다 높아진 한전 전기료
- 중후장대, 전력 직접 생산 비중 증가…코레일도 생산 계획
- 전기료 동결로 어쩔 수 없는 한전, 부채 200조원…“완충 제도 必”

기사승인 2025-04-02 11:00:08
한국가스공사 인천LNG생산기지 전경.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한국가스공사 제공

중국발 공급 과잉,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 국내 산업계가 안팎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급상승한 산업용 전기요금의 부담마저 가중되고 있어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직접 생산 또는 구매하거나, 해외 현지 생산 등 돌파구를 모색하는 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

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는 ‘전력직접구매제도 정비를 위한 규칙개정(안)’을 지난달 28일 의결, 그간 근거로만 있었던 전력직접구매의 토대를 마련했다.

전력직접구매는 기업이 전력거래소로부터 SMP(전력도매단가)에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전기사업법상 수전설비 용량이 3만kVA(킬로볼트암페어) 이상인 대규모 전기 소비처가 그 대상이다.

이 제도는 2003년 신설됐지만 그간 SMP가 한전에서 구매하는 전기요금보다 비쌌기 때문에 참여 기업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SMP가 kWh(킬로와트시) 100~150원으로 추산되는 것에 비해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185.5원을 돌파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력직접구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업계에선 망 사용료 등 부가비용을 더해도 전력직접구매가 한전 전기료 대비 20원가량 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은 2003년 기준에 맞춘 제도를 현재 눈높이에 맞춰 조정, 직접구매의 계약유지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 내용이 반영될 예정이다. 

한전에 따르면, 계약전력이 3만kW 이상인 대규모 기업은 총 526호로, 이들 사업장이 사용하는 한전 전기요금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판매수입의 약 30% 수준이다. 한전 입장에선 이러한 전력직접구매제도 개정안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보편화될수록 수익성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력 소비가 많은 정유, 반도체 등 중후장대 산업을 중심으로 아예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발전소 구축에 나서는 움직임도 증가세다. SK하이닉스가 이미 2023년, 2024년 충북 청주와 경기 이천에서 각각 585MW(메가와트)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가동했으며,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충남 서산에 277MW 규모의 LNG 발전소를 짓고 있다. 

최근에는 공기업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역시 2027년까지 경기 고양 차량 기지에 열병합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레일 측은 지난해 영업비용 6조6400억원 중 8.7%에 해당하는 5800억원을 전기요금으로 냈으며, 올해도 전기요금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최근 “전기 요금이 올라 재무 건전성에 한계가 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현대제철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충남 당진에 499MW 규모의 LNG 발전소를 지을 계획과 동시에,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 루이지애나주에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들여 연 생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물론 이는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의 현지 거점·생산 확대 및 트럼프발 관세 대응책의 일환이지만, 미국 대비 10%가량 높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영향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량계 모습. 연합뉴스 

산업용 전기료 급상승, 기업 체감 가중…한전도 딜레마

그간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준으로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편에 속했으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상승하면서 국민적 저항이 큰 주택용 전기요금 대신 산업용 전기요금을 줄인상해 왔다. 최근 3년 누적 인상률은 산업용이 약 75%, 주택용이 약 40%로 분석됐다.

이에 대한 기업 체감은 더욱 크게 작용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월13일부터 2월7일까지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기요금 민감 업종 112개사를 조사한 결과, 평균 전기요금 납부액은 2022년 481억5000만원에서 2024년 656억7000만원으로 3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전기요금 비율은 같은 기간 7.5%에서 2024년 10.7%로 3.2%p 올랐다.

대기업은 전력직접구매, 직접 생산 등 방안을 모색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안 없이 인상폭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가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급격하게 인상된 요금에 76.8%가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글로벌 에너지 대란 속 전기요금을 동결해 오며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게 된 한전의 입장에선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전력직접구매는 변화하는 에너지 산업 속에서 필요한 제도이나, 대규모 사용자 이탈 시 한전의 부채 누적은 물론, 요금 인상의 부담이 결국 중소기업 또는 국민들에게 가중될 우려가 있어 완충 작용을 해줄 수 있는 제도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은 이러한 완충 제도와 관련, 중소기업에 한해 지난 2018년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토요일 경부하 요금제(토요일 일정 시간대 사용하는 전기요금 인하)’를 3년가량 재운영하고, 계절별 전력수요를 고려해 6월과 11월은 여름·겨울철 요금이 아닌 봄·가을철 요금으로 적용해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력수요 예측 가능성이 높은 전력 부하율 안정 업종을 대상으로 별도 요금제를 시행하고, 산업용 전기 기본요금 부과방식을 개선하는 등 방안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업계에서도 연중 최대전력(피크)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기본요금 피크연동제’를 개선하고,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 범위에 전기료를 포함하는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국제유가 급등, 한전 경영난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은 이해하지만, 산업용에 집중된 요금 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의 생산·투자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정부가 제도개선 과제를 적극 검토해 반영하는 한편,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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