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신규 배치를 앞둔 일부 예정자들이 직무교육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역 복무 기간이 공보의 복무 기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지역 근무 환경이 열악해 차라리 현역 입영이 낫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현역 복무를 택하는 의과대학생도 늘어 공보의 수급은 점점 힘들게 되고, 의료취약지의 어려운 상황은 심화할 전망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공보의로 선발돼 현재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병 248명을 대상으로 희망 배치 지역을 파악하기 위해 논산훈련소를 찾았다. 하지만 훈련병 전원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신규 공보의 248명은 오는 9일 군사훈련을 마치고 각 시·군·구에 배치될 예정이다. 공보의들은 주로 농어촌이나 산간벽지, 도서지방의 보건소나 보건지소 등 공공의료기관, 119 상황실 등에 배정된다.
통상 근무 희망지 조사는 3주간의 군사훈련 종료 후 복지부의 직무교육 과정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올해는 근무지에 먼저 배치한 뒤 온라인 교육 등으로 직무교육을 대체하기로 했다. 복지부가 예년과 달리 공보의 배치 작업을 서두르는 건 공보의들이 현역병 입영을 노리고 집단으로 직무교육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공보의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교육에 응하지 않으면 병역법에 따라 공보의 신분을 박탈 당해 현역병으로 입영해야 한다. 일종의 벌칙인 셈인데, 공보의보다 복무 기간이 더 짧은 현역 입영을 노리고 해당 조항을 공보의 기피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게 복지부 측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공보의 배치 예정자가 직무교육 불참 규정을 이용해 현역병으로 입대한 사례가 4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보의 복무 기간은 36개월, 현역병(육군)은 18개월이다.
의대생들이 현역 입대하는 경우도 계속 늘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가 병무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의대생 현역 입영 인원은 1194명, 사회복무요원은 139명이었다. 군 휴학을 선택한 의대생이 지난 2021년 116명, 2022년 138명, 2023년 162명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10배에 달하는 숫자다.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는 동안 현역 입대를 선택해 군 복무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보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의과 공보의는 1207명인데, 509명이 이달 복무를 마치게 된다.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지역 공보의는 작년(84명)보다 약 14% 적은 72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복무 종료 76명, 타 지역 전출 45명 등 다음 달에 전남 도내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떠나는 공보의는 현원(229명)의 절반이 넘는 121명에 달한다. 빠져나가는 인원의 60%만 채워지는 셈이다.
공보의는 현역병보다 복무 기간이 2배 길고, 의료기관이 적은 의료취약지역에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떨어진 지 오래다. 지난 2023년 대공협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의대생과 전공의 1395명 중 89.5%는 “공보의 복무 기간에 매우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공보의 기피 현상을 완화하려면 복무 기간을 조정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환 대공협 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련의 사태 속에서 중앙정부는 공보의들을 도구처럼 사용했다”며 “복무 기간이나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공보의가 사라진다고 지속해서 토로했음에도 바뀌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동료나 후배한테 18개월 현역 근무와 36개월 공보의 근무 중에 고르라고 하면 무조건 전자를 택한다”면서 “복무 기간 단축과 함께 재정 문제를 이유로 민간 의사를 채용하지 않고 처우 개선 없이 공보의에 의존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남 보건진료소장회 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공공의료에 헌신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회장은 “경력이나 실력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 보건진료 전담 공무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낼 수 있는 의사를 더 필요로 한다”면서 “지역에서 함께 생활하며 질병 예방 사업을 펼치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두는 게 진정으로 지역의료를 위하는 길이다”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