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해먹고 싶었던 아이유, 운명처럼 만난 ‘폭싹 속았수다’ [쿠키인터뷰]

다 해먹고 싶었던 아이유, 운명처럼 만난 ‘폭싹 속았수다’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주연 배우 아이유 인터뷰

기사승인 2025-04-05 06:00:08
배우 겸 가수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다 해 먹고 싶을 때 다 해 먹고 싶다는 캐릭터가 들어온 거예요. ‘내 운명이다’ 생각했죠.” 

해소하고 싶은 바가 있을 때 거짓말처럼 꼭 맞는 작품이 나타나곤 했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도 그랬다. 찌릿함까지 느낄 만큼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배우 겸 가수 아이유는 자타공인 인생캐릭터 애순이를 만나, ‘폭싹 속았수다’ 4막까지 다 해 먹었다.

아이유는 2일 서울 장충동2가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폭싹 속았수다’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극 중 꿈도 많고 잘하는 것도 많은 ‘요망진 반항아’에서 세 아이의 엄마로 변모하는 애순의 청년기를 그렸다. 세 아이 중 하나인 맏딸 금명도 연기해, 1인 2역을 소화했다.

누가 봐도 막중한 역할이었다. 부담감은 당연했다. “부담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확실히 있었어요. 그런데 그 지점(1인 2역)이 너무 욕심 나는 포인트였어요. 일단 작가님께서 저를 믿어 주신 거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해낸다, 작가님의 믿음에 보답해 드린다, 그런 마음으로 불태웠던 게 컸어요.”

다짐대로 임상춘 작가의 신뢰를 호연으로 되갚아줬다. 애순이 아들 동명을 잃었을 때부터 금명이 딸 새봄을 낳을 때까지, 인생에서 가장 큰 고락을 담은 장면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서울 태생인 국민 가수 아이유는 없었다. 그는 잘 쓰인 대본과 상세한 디렉션 덕분이었다고 겸손을 떨었다.

“몰입하기 너무 좋은 대본이었어요. 눈물 흘리는 신이 하루에 몰려 있을 때 마음처럼 콸콸 안 나올 때도 있었지만요. 액체가 총량이 있으니까(웃음). 정말 설득력 있게 모든 인물을 그려주셨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현장에서 많이 잡아주셨어요. (죽은) 아이를 안고 슬퍼지려고 하면, 감독님이 ‘애순이는 지금 울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신을 차리게끔 피드백을 주셨어요. 애순이처럼 ‘요이땅이다’라는 마음으로 감독님을 믿었어요.”

특히 출산, 그중에서도 난산을 표현해야 하는 신은 ‘대본에 충실해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이에 대본을 공부하듯 연구하며, 근육을 어떻게 쓸지까지 정했다. “주변에 많이 여쭤봤는데 개인차가 있어서 대본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금명이가 ‘기절할 것 같아요’라는 말을 계속해요. 그래서 ‘기절하기 직전은 어떤 느낌일까? 톤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겠구나. 실핏줄이 터졌다는데 (얼굴에) 힘을 많이 줬다는 거니까, 의료진이 배에 힘을 주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힘이 들어가나 보다. 그러면 목 근육, 얼굴 근육을 쓰는 게 중요하겠구나’ 생각한 거죠.”

배우 겸 가수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아이유의 몫은 또 있었다. 회차로 따지면 16부작인 ‘폭싹 속았수다’의 내레이션을 맡은 것이다. 이 작업에만 2개월 넘게 들였다고 한다. “작품에서 내레이션이 너무 중요하잖아요. 근데 화자인 금명이의 시점이 어쩌면 마지막 장면으로부터도 훨씬 이후거든요. 애순이까지 죽고 난 후에 금명이가 엄마의 삶을 돌아본다는 설정이라, 감독님이 금명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아는 목소리여도 안 되고, 애순이 같아서도 안 된다고 하셨어요. 무게감이 있고 낯선 톤이어야 했어요. 저도 읽다 보면 어떤 신에서는 신나서 밝아지기도 하고, 엣지도 한번 넣어보고 그랬는데, 그럴 때마다 ‘다시 가겠습니다’ 하셨어요(웃음). 정신을 다잡고 ‘아, 나 50대 이후 금명이지’ 이랬죠.”

먼저 떠나보낸 아들의 무덤을 찾는 신에 얽힌 일화에서는 선배 문소리와 박해준도 인정한, 야무진 책임감이 엿보였다. “시간이 없어서 정말 빨리 찍었어요. 슬픈 장면이라서 다행히 몰입이 잘 되기도 했지만, 제가 여기서 몰입 못 하면 시간이 없어서 다시 와야 되잖아요. 무덤이 되게 산 위에 있었고, 제주였거든요. 정말 많은 스태프분이 장비를 옮기시느라 시간도 쓰시고 고생도 하셨어요. ‘네가 못하면 모두가 여기 다시 와야 하고 장비 다시 옮겨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드니까 더 잘 됐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폭싹’ 다 해 먹었다. 이토록 쏟은 노력에 상응하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모두 연기자로서 그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칭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이유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성장이라는 단어가 모호한 것 같아요. 이 일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데,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구간은 명확하지 않거든요. 다음 결과물이 안 좋으면 퇴보인 건가 싶기도 하고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런 건 있겠죠. 1년 동안 작품을 찍은 건 처음인데, 스스로 꾸준하고 성실해지고자 했어요. 작품에서도 성실함이 얼마나 큰 가치인지를 다루잖아요. 내가 이런 작품에 출연하는 사람인데 나도 매일 성실하게 준비하고 후련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고 결심했어요. 적어도 게을렀던 날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 태도를 배운 게 성장이라면 성장일 수도 있겠어요.”

단순히 성과만 얻은 작품은 아니었다. 삶의 지침서처럼 여기는 듯했다.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굉장히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살민 살아진다(살면 살아진다)’라고 느꼈어요. 애순이와 관식이한테 많은 고난이 오고, 특히 애순이는 어릴 때부터 인생이 평탄치만은 않은데 그걸 외면하지 않거든요. 늘 충분히 슬프고 감정을 다 느낀 다음에 극복해요. 이 부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느꼈어요. 또 일생을 다루는 이야기라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이별을 보여주는데, 헤어짐보다 헤어짐의 다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큰 울림이 있었어요. 옛 우화에서 바람과 해가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하고, 결국 해가 따뜻하게 해서 이겨버리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사람이 강해지는 방법을 제시하는 드라마 아닐까 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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