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이번 상호관세 미적용 대상으로 언급된 반도체 업계도 불안에 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내 로즈가든에서 한국의 모든 제품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 부과를 시작했거나 예고한 반도체, 철강‧알루미늄 제품, 자동차, 의약품 등은 제외됐으나 언제 추가 발표가 나올지 모른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를 포함한 상호관세 미적용 대상에 대해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지난 2월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최소 25% 이상 될 것이라고 언급했기에 관세 부과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안감은 지속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이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며 “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미국의 반도체 관세 발표만을 기다리는 중이지만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3위 품목으로 수출액은 106억달러(약 15조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31억달러를 벌며 역대 3월 기준 2위에 올랐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단기적인 관세 대책 마련은 어려울 것이라 입을 모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현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관세와 보조금 정책에 대해 단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민간기업 단체 등이 미국을 찾았으나 성과가 있다고 보기에는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현 상황을 극복할 방법은 마땅히 없으나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도 안정적인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을 통해 관세 수준을 약화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통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관세 비율을 10%, 15%, 20% 등으로 각각 상정해 놓고 자구책 마련을 준비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대미 반도체 투자에 지급되는 보조금의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향후 보조금 지급 규모 축소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조금은 기업들의 투자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지급되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약속된 보조금 전액을 받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 2030년까지 총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와 지난해 말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금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39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받기로 한 상태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미국 투자 계획의 변동은 없다고 답했다.
정부도 이번 미국 관세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장관 및 통상본부장 등 고위급, 실무급 대미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주요 업계 및 관련 경제단체·연구기관들과 ‘민관 합동 미 관세 조치 대책 회의’를 열었다.
안 장관은 “오늘 오전 7시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 긴급 TF(태스크포스) 회의를 통해 상호관세 조치의 주요 영향 및 내용을 면밀히 분석했다”며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는 업종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상본부장 방미를 포함해 미국 측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미측의 철강 관세에 대응해 ‘철강·알루미늄 통상 리스크 및 불공정 수입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이어 자동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차 산업 지원 대책’ 마련에도 서두를 방침이다. 반도체 등 추가적인 미국의 관세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