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 ‘태풍’ 영림프라임창호, 정규시즌 챔피언 등극 [바둑]

신생팀 ‘태풍’ 영림프라임창호, 정규시즌 챔피언 등극 [바둑]

‘명장’ 박정상 감독이 이끈 영림프라임창호, 최고의 시즌 보내
최종 14라운드서 정관장에 3-0 완봉승 거두며 자력 우승 확정
주장 강동윤 9단은 14년 만에 바둑리그 다승왕 오르며 ‘겹경사’

기사승인 2025-04-04 06:00:14
영림프라임창호 소속 박정상 감독과 주장 강동윤 9단이 서울 금천구 쿠키뉴스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선수들이 하나된 시즌이라 더 뜻 깊게 느껴지고, 큰 목표를 갖고 매주 진행한 연습에도 열정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박정상 영림프라임창호 감독)

신생팀 돌풍이라는 말로도 수식할 수 없는 그야말로 ‘태풍’이었다. 영림프라임창호가 창단 첫해에 바둑리그 정규시즌 왕좌에 올랐다.

신진서(GS칼텍스), 박정환(원익) 등 한국 랭킹 1·2위가 이미 타 팀에 포진된 상태에서 합류한 신생팀이 정상에 오르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기록을 찾아보니, 바둑리그 원년 시즌이나 다름없던 2004년 한게임과 2006년 Kixx(현재 GS칼텍스)에 이어 19년 만에 나온 ‘창단 첫해 우승’이다.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시즌 마지막 14라운드가 3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일제히 펼쳐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순위표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던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는 최종전에서 정관장을 3-0으로 완파하면서 기분 좋은 자력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달 중국 랭킹 1위에 등극한 ‘특급 용병’ 당이페이 9단이 선취점을 따냈고, 14년 만에 바둑리그 다승왕에 오른 강동윤 9단이 이어지는 승점을 선사했다. 3국에선 영림프라임창호 2지명 박민규 9단이 정관장 주장 변상일 9단을 격침하고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팀의 1-2지명과 용병이 3-0으로 승리를 합작한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영림프라임창호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이번 2024-2025 시즌 정규리그 성적은 영림프라임창호 1위, 원익 2위, 합천 3위, 영암 4위다. 신진서가 이끈 GS칼텍스는 5위에 머물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주장 변상일 9단이 부진한 정관장이 6위, 울산과 전주가 각각 7·8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명장’으로 손꼽히는 박정상 감독은 시즌 전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선수선발식을 앞두고 밤잠을 설칠 정도로 준비에 매진했다”면서 “훌륭한 선수들을 발탁해 매우 만족하고, 영림프라임창호가 신생팀임에도 이번 시즌 바둑리그 ‘돌풍의 핵’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자신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돌풍을 넘어선 태풍이었다. 리그 초반 다소 고전했던 영림프라임창호는 전반기 마지막 7라운드를 따낸 이후 5연승을 질주하면서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신진서의 팀’ GS칼텍스에 일격을 허용하면서 연승이 끊긴 이후에도 13-14라운드를 연승하면서 팀 전적 9승5패, 개인승패차 +14 압도적인 성적으로 왕좌에 올랐다.

영림프라임창호 소속 박정상 감독과 주장 강동윤 9단이 서울 금천구 쿠키뉴스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19년 만에 ‘신생팀 창단 첫해 우승’ 대기록 만들어낸 박정상 감독, 주장 강동윤 9단

선수선발을 완료한 박 감독은 “실력은 물론 리더십도 갖춘 강동윤 9단을 주장으로 발탁할 수 있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저와 예전부터 오랜 기간 친하게 지낸 후배 프로기사인 강 9단과는 시너지가 난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강 9단 역시 “개인적으로도 워낙 친한 선배”라며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화답했다.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가 19년 만에 달성한 ‘창단 첫해 우승’ 대기록은 역대 세 번째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박 감독과 강 9단 모두 ‘신생팀 창단 첫해 우승’을 경험해본 주역들이었다. 강동윤 9단은 2004년 한게임에서, 박정상 감독은 현역 시절 2006년 Kixx(현재 GS칼텍스)에서 신생팀에 합류해 팀을 정상에 올린 경험이 있다.

사실상 바둑리그 원년 시즌인 2004년과, 틀이 잡히기 시작하던 2006년 시즌보다 지금이 신생팀에게 훨씬 더 어려운 무대다.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GS칼텍스), 한국 랭킹 2위 박정환 9단(원익) 등 바둑리그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이미 타 팀에 포진돼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합류한 팀이 즉각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단 첫해에는 포스트시즌 진출만 해도 성공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바둑계 최고의 지략가로 손꼽히는 박정상 감독과 최근 14년 만에 한국 랭킹 3위 복귀에 성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강동윤 9단이 함께 했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는 쾌거였다. 어쩌면, 역대 두 번 나온 대기록에 각각 선수로 참여했던 주역들이 한 팀에 뭉쳤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영림프라임창호는 이번 시즌 상위 1~3지명이 고른 활약을 보이면서 정상에 올랐다. 정규시즌 14라운드 전 경기에 모두 등판해 11승3패로 다승왕에 오른 주장 강동윤 9단은 물론, 10경기에 출전해 7승3패로 활약한 2지명 박민규 9단, 12경기에 나서 7승5패를 마크한 3지명 송지훈 9단까지 상위 타선이 맹활약했다.

선수 선발 당시 중국 랭킹 3위에서 현재 중국 1위까지 수직 상승한 용병 당이페이 9단도 5번 출전해 4승1패로 제몫을 다했다. 여기에 더해, 4지명 강승민 9단도 8번 등판해 5승3패를 거두면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정상 감독은 쿠키뉴스에 “4지명 강승민 선수는 고점이 높은 선수”라면서 “제가 긴밀하게 잘 서포트한다면, 100% 컨디션일 때 언제든지 상대팀 주장이나 용병을 꺾을 수 있는 선수”라고 얘기한 바 있다. 실제로 강 9단은 직전 경기인 13라운드에서 상대 주장 신민준 9단을 격침하는 등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정규시즌 왕좌에 오르며 챔피언 결정전으로 직행한 영림프라임창호는 2위 원익과 준플레이오프(합천-영암) 승리 팀이 맞붙는 플레이오프 승리 팀과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3판 2선승제로 펼치는 챔피언 결정전은 오는 5월3일부터 5일까지 3일 연속으로 진행한다.

한편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오는 22일, 정규시즌 3위와 4위가 맞붙는 준플레이오프로 시작된다. 바둑리그 제한시간은 1분 10초(피셔방식), 초속기다. 매 라운드 5판 3선승제로 승리 팀을 결정하며 각 대국은 순차적으로 열린다. 한 팀이 3-0, 3-1로 승리할 시 잔여 대국은 진행하지 않는다. 상금은 우승 2억5000만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이다. 상금과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 팀에 1400만원, 패배 팀에 700만원을 지급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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