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논리로 체코 원전 노리는 한국전력 [데스크 창]

공사장 논리로 체코 원전 노리는 한국전력 [데스크 창]

기사승인 2025-04-04 06:00:14
정순영 산업부장.
24조원짜리 체코 원전 계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퍼주기 논란은 여전하다. 지적재산권 협상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상당한 수익을 약속한 모양이다. 수출 1호 바라카 원전 진행 과정에서 일어났던 잡음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과연 체코 당국과는 얼마만큼의 불공정 계약을 맺게 될까.

2009년 체결된 20조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은 공사가 지연되며 추가비용이 발생했고 현재 수익률이 0.32%까지 급락한 상태다. 용역비용 등 추가 대금 1조4000억원을 놓고 한전과 한수원은 책임 공방을 벌이며 국제 중재 비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얼마 전 이 문제를 놓고 공사비는 ‘팀코리아’가 협력해 증빙을 갖추고 UAE에 받아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자회사가 모회사에 영수증을 내민 게 잘못이라는 것인데 납득이 어렵다. 애초에 한수원의 추가 용역비용 청구서는 차곡차곡 한전에 쌓여왔기 때문이다.

3년 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바라카 원전이 하나씩 완공되며 운영시험 인력이 필요하자 UAE 측은 한수원에 추가 용역을 의뢰했고 계약 변경 없이 인력이 먼저 투입됐다. 이후 UAE 측은 기존 계약에 포함된 용역이라며 대금 지급을 거부했고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쉬쉬하기 급급했다. 추가 용역비용 청구서만 받고 있는 한전에 어찌 돼 가냐 물어봐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국회까지 불려가서도 대금지급을 거부당한 적 없다며 문제없다 거짓말을 하기까지 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 터질게 터진 셈이다.

한두 푼도 아닌 큰 사업을 어떻게 계약서 한 장 없이 진행할 수 있냐는 질문에 당시 한 관계자의 답변이 기억난다. “원래 이 업계에선 이렇게 합니다.” 아파트 짓듯이 일단 일부터 따낸 후 마지막 단계에서 돈을 청구하는 공사장 논리가 여기서도 통한다는 소리였다. 그때서야 이해가 됐다. 국내라는 독점시장에서 통용되던 공사 방식이 첫 도전이었던 글로벌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됐을 뿐이라는 것을. 웃으며 들어가서 싸우고 나온다는 한국식 일처리가 결국 먼 타국까지 가서 말썽을 일으켰다. 더 멀리 수출될 체코원전이 이대로 잘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1년 전 이맘때 김동철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 바라카 원전사업은 최고의 모범사례”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4호기가 최초임계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난 후다. 그러나 곧 부실했던 사업 진행방식의 면모는 수면 위로 올라왔고 현장밥을 함께 먹던 두 회사의 관계는 갈 곳 잃은 영수증으로 인해 임계점을 넘었다. 과연 김 사장은 현장의 문제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는 전문성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연동된 윤석열 정부의 원전수출 드라이브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 역대 사장들을 둘러봐도 정치인 출신인 김 사장처럼 전문성이 없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낭보를 기대하기 이전에 전문적인 사업방식 체계화가 먼저다. 아마추어 같은 방식으로는 최고의 글로벌 모범사례를 남기기 어렵다. 남의 집을 짓던 회사가 돈을 받는 약정도 않고 인테리어까지 덤으로 해주는 관례가 국제거래, 더군다나 공기업간 관계에서 흔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부디 원전업계가 얼마나 전문가 수장을 절실히 원하는지 깨닫고 있길 기대한다.

정순영 산업부장 binia96@kukinews.com
정순영 기자
binia96@kukinews.com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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