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싱크홀(땅 꺼짐) 예방을 위해 지표투과레이더(GPR)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해당 기술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며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GPR 단일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강동구 싱크홀 사고 우려가 높은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GPR 탐사를 강화해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도시철도 건설공사구간 42㎞와 주변 보·차도 20㎞에 대해 전면 조사를 실시하고, 추후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장 300여곳의 주변 도로에 대한 GPR 탐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GPR은 전자파를 땅속으로 보내 반사되는 신호를 분석하고, 지하의 공극이나 이상 지층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전자파를 이용한 비파괴탐사법으로, 추가적인 도로 통제 없이도 탐사를 수행할 수 있다. 시는 이 기술을 활용해 도심 내 싱크홀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연 1회 실시하던 GPR 탐사는 월 1회 이상으로 늘었고, 대상 구간도 공사 중인 굴착 현장에서 준공 1년 이내 지역까지 확대했다.
시는 2015년 국내 최초로 GPR을 도입했다. 이후 GPR 탐사 전담팀을 구성해 서울 내 지하 공동 전수조사를 벌였다. 시는 2023년까지 서울 전역 1만8280㎞에서 6394개의 공동을 발견해 복구했다. 실제 서울시 싱크홀 발생 건수는 2016년 57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23년 22건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GPR 기술만으로는 대형 싱크홀 사고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GPR은 고주파를 사용할 경우 해상도는 높지만 탐지 깊이가 낮고, 반대로 저주파는 깊이 있는 탐사는 가능하지만 정밀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수십 미터에 이르는 지하에 형성되는 초대형 공극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대형 굴착공사가 최소 지하 10m 이하에서 이뤄진다. 현재 시가 사용하는 GPR 장비는 지하 2~3m까지만 탐사가 가능해 사고 징후를 미리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동길 서울시 의원(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싱크홀 관련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GPR 검사는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계측기를 이용하거나 GPR 검사를 주기적으로 자주 하면 사전 징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하 굴착공사 관련한 사전 징후나 주민들의 민원이 있을 경우 교통을 통제하고 자세한 지반 우려에 대해 검사할 수 있는 조례안을 개정했다”며 “4월 임시회에서 통과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지질 조건도 변수로 꼽힌다. 점토질이나 수분 함량이 높은 지역, 지하수가 많은 곳에서는 전자파가 흡수되면서 신호 해석이 어려워진다. 복잡한 지하 매설물이 밀집한 서울 도심 특성상 노이즈로 인한 정확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
GPR 탐지 특성상 시간에 따른 지반 변화나 지하수 유입 등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밖에 도로 구조물 아래, 콘크리트 포장 구간 등은 탐사 사각지대로 분류돼 GPR 신호 해석에 고도의 전문성도 요구되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GPR 기술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도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구축하긴 어려운 부분”이라며 “싱크홀 발생 이전에 예측이 가능한 지를 발견하는 것이 사고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싱크홀 예측 범위 내에서 싱크홀 위험 요소에 대한 점검을 철저하게 하면서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반 침하는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다층적이고 장기적인 지하 인프라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반안정성 3D 지도 구축, 지하수 관측망 확대, 지하 구조물 통합관리 시스템 등을 도입해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GPR 장비 성능에 대한 정기 검증도 병행해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