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축과 축사가 무사한 것은 기적이었다”
장호진 한우개량사업소 관리소장은 14일 지난달 의성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 영양군으로 확산되자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경북 영양군에는 ‘농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와 ‘젖소개량사업소’가 있다.
재난형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 살처분으로부터 국가 자산인 종축을 보호하기 위한 분산 사업장이다.
2015년 6월 22일 준공한‘한우개량사업소’는 입암면 병옥리에, 2012년 9월 25일 준공한 ‘젖소개량사업소’는 수비면 신원리에 각각 자리잡고 있다.
모두 산불이 발생 할 경우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위치다.
지난달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나흘만인 지난달 26일 영양군으로 확산하자 ‘한우개량사업소’와‘젖소개량사업소’도 비상이 걸렸다.
장 소장은 “한우 이송을 위해 차량을 준비하고 막 싣기로 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불길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가축을 포기하고 직원들에게 대피를 지시하던 그 순간의 긴박함은 말로 다할 수 없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산불이 쓰나미처럼 밀려오자 한우와 젖소 개량사업소에 보유 중인 종축의 긴급대피를 결정하면서다.
농협중앙회 한우와 젖소 개량사업소는 종모 한우 142두, 젖소 144두를 보유하고 있었다.
개량사업소에서 보유한 종축은 한우와 젖소 후보씨수소로, 최소 5년이상의 유전능력 검증 등을 거쳐 향후 보증씨수소가 된다.
보증씨수소는 1마리당 1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개량 사업의 핵심 자원이다.
불길이 확산되자 한우 142두는 충남 서산에 있는 본원으로, 젖소 21두는 경기도 고양시의 본원, 나머지는 안성 농협 목장으로 각각 대피시켰다.
이렇게 대피한 가축 중 지난주 젖소 123두와 한우 142두가 차례로 돌아왔다. 또 고양시에 있는 젖소 21두는 4월 말 복귀할 예정이다.
이처럼 이번 산불로부터 화마를 피한 것은 불길의 방향이 바뀐 영향도 있으나, 산불이 확산하기 전 사업소 주변의 잡목과 갈대를 제거하고 물을 뿌리며 대비한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장 소장은 "이번 산불은 두려움을 넘어선 공포 그 자체였다"면서 "우리나라의 소중한 축산자원을 화재로부터 지켜낼수 있는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재입식된 가축에 대해 수의사 진료, 가축방역 조치 등을 거쳐 2개 사업소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경북도 김주령 농축산유통국장은 “종축은 오랜 개량 사업의 결과물로 국가적인 큰 손실이 될 뻔했다”며 “중요한 자산이 지역에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