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곳곳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잇따르며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지하 안전 관리가 근본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강동구 천호동 강동역 1번 출구 인근 횡단보도에서 직경 약 20c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곳은 지난달 사망 사고가 발생한 명일동 싱크홀 현장에서 불과 3㎞ 떨어진 지점이다. 소방당국과 강동구는 약 1시간 동안 임시 보수를 마친 뒤 도로 통행을 재개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현재 서울 동부도로사업소가 원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13일에는 마포구 애오개역 앞 차로에서 지름 40cm, 깊이 1.3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해 일부 차로가 통제됐다. 이달 2일과 10일에도 강동구 길동 일대에서 크고 작은 지반 침하가 잇따랐고, 지난달 24일 대명초 인근 싱크홀 사고로 30대 남성이 숨지기도 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광명에서도 11일 신안산선 공사현장 지하터널 기둥에 균열이 생기며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50대 근로자 1명이 실종돼 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도심 지반 안전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규모 굴착 공사장과 주변을 대상으로 지표투과레이더(GPR, Ground Penetrating Radar) 탐사를 실시하고 있다.
집중 점검 대상은 △서울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건설 공사 구간 (1~3공구, 4.1㎞) △동북선 민자 사업 구간(1~4공구, 13.4㎞) △영동대로 지하 개발 구간(1.0㎞) 등 3곳이다.
굴착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신안산선 서울 구간(12.1㎞) △GTX-A 서울 구간(18.7㎞)도 포함됐다. 아울러 자치구 요청으로 선정된 8개 구역 50개소(총 45㎞)에 대한 GPR 탐사도 이달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GPR 탐사를 강화하고, 실시간 지반변화 계측 장비도 도입할 계획”이라며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잇따른 사고 발생 이후에야 대응이 뒤따르는 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시가 내놓은 조치들은 사고 발행 이후 나온 사후약방문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과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었음에도 선제적 조치가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사고들은 대부분 도심 내 지하철 공사나 개발 구역 주변에서 발생했고, 지하개발 증가와 봄철 해빙기 지반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주장되고 있다.
한 안전업계 전문가는 “반복되는 싱크홀 사고를 줄이려면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지반 위험지역에 대한 상시 감시와 공사 단계별 안전 기준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