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접근성 개선을 위해 고가 의약품의 약가를 낮추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공급하는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다시 한 번 미국인을 우선시하기 위한 의약품 가격 인하’라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80일 이내에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이와 관련된 행정 및 입법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행정명령의 골자는 미국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직접적으로 “바이오시밀러 가용성을 높인다”고 표현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바이오시밀러 사용 지침과 승인을 간소화하도록 하고, 저렴하고 우수한 제품의 의사 처방을 장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처방약 급여 관리업체(PBM) 개선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에선 PBM과 제약사가 협상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운영하는 처방집에 의약품이 등재될 수 없다. 이 경우 환자는 고가의 치료제를 비용 환급 없이 제품 가격 그대로 구매해야 한다. PBM들은 행정명령으로 수수료 공개, 행정부 주도 정책 개발 추진 등 압박을 받게 됐다. 처방약 제조사의 반경쟁 행위를 방지하기 하기 위한 목적의 합동 공청회를 개최하고 보고서도 발표하도록 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관련 업계는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릭(복제약), 바이오시밀러, 복합제 의약품의 승인 가속화로 고가 처방의약품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다수의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으론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있다. 셀트리온은 9개 제품에 대한 허가를 받아 7개 제품을 출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0개 제품이 승인을 받아 6개 제품을 선보였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항암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접근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최근 바이오시밀러 개발 간소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EMA 가이드의 핵심은 임상 1상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간의 유효성과 안전성, 약동학 데이터의 유사성을 입증할 경우 임상 3상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EMA는 오는 9월 말까지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한 최종 가이드를 2026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가격 인하 정책은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 산업 전반의 경쟁을 촉진시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겐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미국 내 처방 확대와 더불어 공급 안정성 확보, 유통 채널 다변화 등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주요 국가들의 정책이 바이오 업계 수익 구조 개선의 기회로 작용하려면 차별화된 품질과 철저한 시장 분석이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