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기대감 커지는 세종…‘폭락’ 경험에 “신중해야”

대통령실 기대감 커지는 세종…‘폭락’ 경험에 “신중해야”

과거 행정수도 이전 실패 후 집값 반토막 경험
전문가 “장기적 관점 접근 필요” 조언

기사승인 2025-04-22 06:00:08
세종시 부동산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탄핵 이후로 세종시 집값 거래 문의 전화가 늘고 있습니다. 매도인들은 매매가를 올리거나 거래를 보류하며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종시 공인중개사 A씨)

대선 후보자들이 국회와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 공약을 내놓으며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1년5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전환했다. 전문가는 과거 세종시가 행정수도 이전론으로 인해 급등과 폭락을 경험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2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권 후보들이 정부 청사‧대통령실 세종 이전 추진 공약을 내놓으며 세종시 부동산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4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1% 하락했으나 세종시는 -0.07%에서 0.04%로 상승폭을 키웠다. 다정‧새롬동 주요 단지 위주로 1년5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넷째 주 보합(0.00%)을 기록한 이후 6개월 만에 하락세가 멈췄다. 

거래량도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 아파트 거래량은 673건으로 지난 2월 375건 대비 약 79.47% 상승했다. 이는 2020년 12월 1157건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다 거래량이다.  

부동산 소비자 심리도 활기를 띠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3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1.7로 한 달 전(105.1) 대비 16.6p포인트(p)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이는 조기 대선과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세종시 정부 청사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 중인 A씨는 “탄핵 전인 올 초부터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량이 늘었는데 탄핵 이후에는 외지인들의 문의 전화가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는 집값 상승세가 소폭 있지만 확정 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도 세종 이전 추진 공약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김동연·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행정수도 세종 이전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지난 18일 토론회에서 “용산을 우선 쓰면서 신속히 청와대를 보수해 들어가는 게 좋겠다”며 “임기 내 세종 집무실을 완공하면 마지막 종착지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 서울을 벗어나 즉각 세종으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지난 19일 충청권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대통령 당선 즉시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옮기겠다”며 “취임하는 당일부터 세종에서 일하겠다”고 발언했다. 

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페이스북에 “(용산은) 소통이 부족하고 폐쇄적이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며 “우선 정부서울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하며 즉시 세종시에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 건립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세종시는 2020년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며 집값이 급등했다가 폭락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세종시 아파트값(주간 조사 누적치)은 42.37%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제일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그러나 주택 시장 침체와 행정수도 이전이 물거품 되자 2022년 -16.74%, 2023년 -5.14%, 2024년 -6.37%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특히 집값은 반토막 수준으로 폭락했다. 2020년 8월 14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썼던 세종시 대평동 ‘해들6단지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 전용 99㎡는 지난 1월23일 7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한솔동 첫마을3단지퍼스트프라임 전용 84㎡는 2021년 1월 10억2500만원에서 1월 5억2000만원으로 거래가가 급감했다.

전문가는 대통령실 등의 세종 이전 확정 시 집값 상승이 확실시 될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이뤄지는 등 세종시가 완전한 행정 수도로 자리 잡게 된다면 하락세를 보이던 세종시 집값이 바닥을 딛고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실제 이전을 하기에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 귀띔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아직 확실히 확정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규모나 시기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으나 궁극적으로 이전이 될 가능성은 높고 당선자가 확정된 이후에 탄력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과거에도 여러 부처가 세종 이전을 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좀 여유 있는 시각으로 봐야 할 것”이라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올해 세종시 부동산 거래량을 살펴보면 대통령실 이전 관련 공약이 집값과 거래량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다만 사회적인 협의나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해 장기적인 소재가 될 수 있는 이슈”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인 집값 거래량과 전망을 보고 매매 결정을 하는 것보단 실거주 위주의 목적에서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