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정권 막판 8조 규모 ‘KDDX 수의계약’ 강행 논란…알박기 비판 ‘솔솔’

방사청, 정권 막판 8조 규모 ‘KDDX 수의계약’ 강행 논란…알박기 비판 ‘솔솔’

기사승인 2025-04-23 19:35:0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시찰에 앞서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7조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사업자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같은 졸속 추진은 ‘알박기’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24일 열리는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 안건을 상정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이 결정을 토대로 오는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개최해 최종 의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방사청은 이번 분과위를 앞두고 두 차례 민간위원을 대상으로 선행보고를 진행했다. 방사청은 하는 자리에서 KDDX 수의계약에 계속 제동을 건다면 다수결로라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전해졌다. 방사청 측은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후속 사업도 맡아온 관례를 이유로 수의계약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위원들은 수의계약은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분과위 회의에서도 민간위원 6명 전원이 수의계약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수의계약 대상으로 거론되는 HD현대중공업은 과거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신뢰 문제도 제기됐다.

민간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더 이상 설득이 어렵다고 판단, ‘다수결’을 통해 사업방식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정부위원이 20명, 민간위원이 6명인  방추위원 구성상 다수결로 진행하면 방사청의 의중이 손쉽게 관철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는 민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위원회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뿐 아니라,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며 오는 6월이면 새 정부 출범이 예정된 상황에서, 방사청이 전례 없이 ‘다수결 처리’를 강행하려는 배경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치권 일각에선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인 국방부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수조 원 규모의 주요 국방사업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경쟁업체 중 한 곳인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단독 방문한 것도 논란을 더하고 있다. 정부 측은 미국발 관세 대응 현장 점검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민감한 KDDX 사업 결정을 앞두고 특정 업체에 유리한 신호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조 원에 달하는 대형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이 난항을 겪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대한 결정을 졸속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한 국방위 관계자는 “정권이 끝날 때쯤 약 8조 원 규모의 사업을 밀어붙인다는 게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며 “특히 군사기밀 유출 전력이 있는 업체에 대해 민간위원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수의계약을 강행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한 국가사업인 만큼, 차기 정부가 책임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결정 시점을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국방위 관계자는 “사업 방식에 대해 수의계약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경쟁입찰이 필요하다는 의견, 공동개발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제안까지 방추위원들 간에도 이견이 큰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공정한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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