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가 시공사 선정이 순탄치 않은 분위기다. 당초 현대엔지니어링과 한화건설 부문 2파전이 예정됐지만 양사 모두 현장 홍보(OS) 요원까지 철수해 입찰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상계주공5단지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오는 28일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지난달 열린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현장설명회에는 한화 건설부문,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효성중공업, 진흥기업, 쌍용건설, BS한양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초기에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엔지니어링, 한화 건설부문이 높은 관심을 보이며 3파전이 전망됐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이 세 곳 중 가장 먼저 현장 홍보를 접었다. 뒤이어 현대엔지니어링과 한화건설도 현장 홍보(OS)를 철수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완전 철수를 인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시공사에 불리한 조건들이 있어 입찰 참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직 사업 포기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현재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라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도 “현재 홍보활동은 하고 있지 않으나 사업에 대한 검토는 진행 중”이라 답했다. 조합에서는 입찰 직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상계주공5단지 시공사 선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합이 과거 GS건설과 계약 후 해지하며 상당 시간이 흘러 공사비 인상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낮은 사업성과 높은 분담금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단지는 1987년 준공됐으며 19개 동, 총 840가구로 37㎡(이하 전용면적) 단일 면적이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5개 동, 총 996가구(임대 152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재건축 사업의 핵심 수입은 일반 분양이지만 사실상 일반 분양 물량이 10채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조합이 2023년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을 당시 공사비 3342억원 (3.3㎡당 650만원), 공사 기간 48개월에 계약을 맺었다. 당시 책정 분담금은 84㎡ 분양 기준 5억~6억원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시 조합원들은 분담금이 높다고 지적하며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했다. 공사비 인상 등에 따라 현재 분담금은 최대 7억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계주공5단지 현재 호가는 4억6500만원~5억1500만원으로 매매가보다 분담금이 높다. 공사비 인상도 불가피하다. 현재 입찰 공고문에 따르면 3.3㎡당 공사비는 77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앞서 GS건설과 계약 당시보다 120만원 인상한 수준이나 더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GS건설과 소송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유주들은 GS건설과 계약 후 높은 분담금을 수용하지 못했고 계약 조건도 불리하다는 이유로 같은 해 11월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GS건설은 일방적 계약 취소라며 12월 60억원 규모의 입찰보증금(대여금) 반환청구 및 시공이익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해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대형 건설사의 입찰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홍보 요원은 가장 기본적인 수주 활동”이라며 “홍보 요원 철수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관심을 아예 접었다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사업성이 뛰어나지 않은 만큼 현재 시공사에 불리한 계약 조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공사비 770만원은 타 재건축 단지와 비교 시 낮은 수준이고 일반 분양 물량도 적다”며 “관심 있게 보던 시공사에서 OS 철수는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인상 혹은 임대 주택을 줄여서 일반 분양 물량을 늘리는 등 사업성 확보를 하지 않는 이상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