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 폐지” 투자자 불만 폭주…잇단 오류에 증권사도 ‘속앓이’

“대체거래소 폐지” 투자자 불만 폭주…잇단 오류에 증권사도 ‘속앓이’

기사승인 2025-04-24 06:00:10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가 지난3월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넥스트레이드 개장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창희 기자

“주문 넣었는데 체결이 안 됐어요.”


대체거래소(ATS)가 출범한 이후 주식 거래에서 크고 작은 전산장애가 이어져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기본 적용된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 설정이 최선의 거래조건 시장으로 주문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체결 불이행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시스템 연동과 주문 처리 부담이 늘어난 증권업계의 불만도 불러온다. 

24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국회전자청원에는 ‘대체거래소(넥스트레이드, ATS) 폐지에 관한 청원’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동의 기간은 지난 1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이며, 현재까지 424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증권사들이 SOR 시스템을 통해 두 거래소 간에서 최적의 거래소에서 주문을 집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에게 이 시스템이 유리하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특히 개인의 전산 요건이나 증권사별 전산 요건에 따라 거래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이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4일 ATS ‘넥스트레이드(NXT)’가 문을 열면서 SOR 시스템이 도입됐다. SOR은 투자자가 특정 거래소를 지정하지 않고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가 한국거래소(KRX)와 NXT 중 보다 유리한 시장을 선택해 주문을 집행하는 시스템이다. 

국회전자청원

실제 증권사 고객 게시판, 주식 커뮤니티 등에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커뮤니티에 “매수한 A종목이 5만2300원에 대량 매도 물량이 있는 것을 보고 5만2200원에 매도를 걸고 업무를 하고 있었다”며 “5만2400원까지 주가가 오른 것을 확인하고 ‘매도가 됐겠다’ 싶었는데 보유잔량이 그대로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증권사 측은 SOR이 기본 설정인 상황에서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NXT에 자동 주문이 들어갔는데, NXT가 KRX 호가를 따라가지 못해 체결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투자자들은 SOR 기능을 끄고 한 거래소만 이용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KRX는 동일한 가격에서 중간가와 지정가 주문이 동시 존재할 경우, 먼저 접수된 지정가 주문을 우선 체결한다. 반대로 NXT는 같은 조건에서 중간가 호가를 지정가보다 우선으로 체결한다. 투자자가 KRX의 체결 기준이 익숙한 상태에서 동일 방식으로 주문을 넣었더라도 NXT에서는 조건이 달라 체결이 지연되거나 밀릴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거래소 간 체결 방식의 미세한 차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SOR이 자동으로 선택한 시장이 실제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NXT 출범 이후 잦아진 주식 거래 시스템 오류 역시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의 트레이딩 시스템에서 주문 지연 사례가 발생했고, KRX에서도 초유의 ‘코스피 7분 먹통’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는 ‘ATS와 SOR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은 오류 발생 빈도가 급증한 시점과 ATS 도입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서 인과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역시 부담이 크다. 대체거래소 출범 이후 시스템 오류가 이어지면서 증권사들도 내부적으로 상당한 기술적·업무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에) 오류가 많아 관련 부서가 힘들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NXT 도입 이후 거래가 연장되면서 단순 거래 담당자뿐만 아니라 컴플라이언스 등 전체적으로 업무 과부하에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ATS 도입 전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너무 빠르게 (ATS 도입) 일정에 맞추다 보니 테스트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고 한다”며 “내부적으로 좀 더 테스트하고 도입했더라면 이같은 혼란은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