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이 그린 지도…평양 속 작은 세계들① [곽인옥 교수의 평양 시장경제 리포트]

계급이 그린 지도…평양 속 작은 세계들① [곽인옥 교수의 평양 시장경제 리포트]

기사승인 2025-05-02 13:00:05 업데이트 2025-05-02 13:24:36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처참한 상황에 처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은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북한에 자생적인 시장 경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장마당과 상점, 고급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돈을 굴리는 돈주(錢主)는 부를 축적하고, 새로운 형태의 뇌물 구조가 뿌리내렸다.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를 받는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주의 사상도 계획 경제도 아니고, 자생적인 시장경제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주민은 여전히 살벌한 독재 체제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북한의 심장으로 불리는 평양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10년간 조사를 해왔다. 탈북자 100여명을 상대로 장기간 심층면접을 하고, 각종 자료 수집을 통해 평양의 시장경제 작동 시스템을 분석했다. 폐쇄적인 북한 내부를 자세히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한의 통계자료와 탈북자들의 증언 역시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사한 북한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공유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새롭게 다가올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재한다.


평양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이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이 도시는 철저히 계획된 도시 구조와 지역별 특성을 통해 북한 체제의 이념과 사회적 계층화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중구역, 평천구역, 모란봉구역은 각각 독특한 역할과 환경을 갖추고 있어 평양의 도시 구조와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중구역은 간부들과 부유층이 거주한다. 북한의 정치적 심장으로 기능하는 곳이다. 평천구역은 산업과 상업의 중심지로 경제적 기반을 제공하는 지역이다. 모란봉구역은 재일교포와 상업 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문화적·상업적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1. 평양시 중구역 도시 구조와 도시환경

평양시 중구역은 북한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고위 간부와 부유층이 거주하는 특별한 지역이다. 이곳은 국가 운영의 핵심 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현대적인 도시 구조와 특권적인 생활환경을 가지고 있는 북한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 중구역의 도시 구조

중구역은 평양성의 역사적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여 조성된 지역이다. 과거 고구려 시대부터 평양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옛 평양성의 중성과 내성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이곳에는 중앙당 간부들의 사택과 만수대 언덕에 위치한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자리 잡아 신성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지리적으로는 대동강과 보통강 사이에 있다. 서쪽으로는 평천구역, 동쪽으로는 모란봉구역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또한 능라도와 양각도 같은 하중도를 포함하며, 능라도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5.1 경기장이 있어 국제적 주목을 받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 중구역의 도시환경

평양시 중구역은 북한 내에서도 가장 특권적인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지역이다.

▶사회적 특권 :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고위급 간부와 부유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전기 공급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교육 환경 또한 매우 우수하여 김책공업대학과 평양 의과대학 같은 명문 대학이 위치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중학교까지 교육 수준이 뛰어나다. 이는 남한의 ‘8학군’에 비견될 정도다.

▶특별한 배급 체계 : 중구역 주민들은 국가 배급 체계에서도 특권을 누린다. 김정은 가족과 친족은 지방 특산물을 선물관(9호 제품)과 락원백화점에서 제공받는다. 중앙당 간부들은 중앙당 공급소(8호 제품)를 통해 식량과 생활용품을 공급받는다. 일반 주민들 역시 김일성 광장 지하 상점에서 국정 가격으로 다양한 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 문화와 여가시설

중구역은 풍부한 문화와 여가 시설을 갖추고 있어 주민들에게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한다.

▶대표 시설 :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창광원(사우나 및 수영장), 인민대학습당(도서관), 국제영화관, 대극장 등 국제적으로도 손색없는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생활의 질 : 이러한 시설들은 주민들에게 여유롭고 풍요로운 생활환경을 제공한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지상낙원’이라 불릴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평양시 중구역은 역사적 전통과 현대적 발전이 조화를 이루며 북한 내에서 가장 발달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경제·문화적 중심지로서 국가 운영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특권적인 생활환경과 뛰어난 도시 구조를 갖춘 상징적인 구역이라 할 수 있다.

2. 평양시 평천구역 도시 구조와 도시환경

● 평천구역의 도시 구조

평양시 평천구역은 조선시대 평양부의 평천방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평평한 지역에 개울이 흐르는 고장’을 의미한다.

▶지리적 위치 : 동쪽으로 중구역, 서쪽으로 만경대구역, 북쪽으로 보통강구역, 남쪽으로 대동강과 접하며, 면적은 약 8.7㎢이다.

▶산업 중심지 : 평양화력발전소, 대동강 축전지 공장, 평양 화장품공장 등 다양한 제조업 시설이 자리 잡고 있어 중공업과 경공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거리 : 새마을거리와 천리마거리가 구역 중심을 남북으로 관통한다. 대동강 변에는 평천 강안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 평천구역의 도시환경

평천구역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지만 환경과 안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경오염 문제 : 화력발전소와 공장에서 배출되는 석탄재와 오수로 인해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이 심각하다. 주민들은 석탄재 먼지와 악취로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북한 당국은 오수정화장 확장 공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안전 문제 : 2014년 아파트 붕괴 사고로 약 30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바 있으며, 이는 부실 공사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후 북한 당국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 문화와 생활시설

평천구역은 산업뿐만 아니라 문화와 교육 시설도 갖추고 있어 주민들의 생활을 지원한다.

▶문화시설 : 만수대창작사, 의학과학원 등 연구 및 문화 기관이 위치하며, 안산공원과 같은 여가 공간도 제공된다.

▶교육시설 : 평양인쇄공업대학과 장철구평양상업대학 같은 고등교육 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평천구역은 평양의 주요 산업과 상업 중심지로서 경제적 중요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환경오염과 안전 문제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도시 개발과 주거 환경 개선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 문제 해결과 안전 관리 강화가 필수적이다.

3. 평양시 모란봉구역 도시 구조와 도시환경

평양시 모란봉구역은 대동강 서쪽에 위치한 평양의 중심지 중 하나로, 정치적·문화적 상징성과 자연 경관이 어우러진 지역이다. 이곳은 역사적 유산과 현대적 시설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문화·상업·산업 시설을 갖추고 있다.

● 모란봉구역의 도시 구조

모란봉구역은 1960년 서성구역과 대성구역 일부를 병합해 신설된 지역으로, 면적은 약 5.8㎢이며, 인구는 약 14만명(2008년 기준)이다.

▶지리적 위치 : 동쪽은 대동강구역, 남쪽은 중구역, 서쪽은 보통강구역, 북쪽은 서성구역과 접하고 있다.

▶상징적 지형 : 구역 이름의 유래가 된 모란봉은 모란꽃을 닮은 봉우리로, 평양의 대표적인 자연 경관이자 상징적인 장소이다.

● 모란봉구역의 도시환경

모란봉구역은 역사적 유산과 현대적 시설이 공존하며 주민들에게 다양한 생활환경을 제공한다.

▶역사와 문화 : 개선문, 천리마동상, 우의탑 등 북한의 상징적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모란봉극장과 4.25 문화회관 같은 문화시설도 풍부하다. 특히 모란봉극장은 남북협상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가 열린 역사적인 장소였다.

▶산업과 상업 : 모란봉종합식료공장, 애국모란피복공장 같은 산업시설과 서평양백화점, 칠성각 같은 상업시설이 있어 경제 활동도 활발하다.

▶교통 인프라 : 지하철 혁신선과 천리마선이 지나며, 무궤도전차와 버스가 주요 구역을 연결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

● 문화와 여가시설

모란봉구역은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여가와 문화 활동을 제공한다.

▶주요 시설 : 김일성경기장, 개선청년공원 등 대규모 여가 공간이 있다. 모란봉 기슭에는 해방탑과 같은 기념비적인 장소들이 위치해 있다.

▶자연 경관 : ‘수도의 정원’이라 불리는 모란봉은 평양 8경 중 하나로 꼽히며, 최승대와 을밀대 같은 고대 유적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더한다.

모란봉구역은 평양시 중심부에서 역사와 자연, 현대적 시설이 어우러진 특별한 지역이다. 정치·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주민들에게 다양한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북한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4. 평양시 중구역 주요시설과 랜드마크

중구역은 북한의 대표적인 건축물과 상징적 장소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북한 체제의 정치적·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당 건물 : 중앙당 인원은 1만2000명으로 창광거리에 간부아파트와 노동자아파트가 있어 직주근접형도시를 추구하는 형태가 적용됐다. 이 거리는 백살구 2개 농장에 있던 백살구 300~400그루를 옮겨 심어 놓아 봄에는 아름다운 살구꽃으로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창광거리 북쪽으로는 중앙당공급소, 중앙당지도원아파트, 중앙당부장아파트, 종합청사, 각 도당 책임비서숙소, 김정은 행사장이 있다. 남쪽으로는 중앙당 노동자숙소, 기계사업부, 청년부, 국제부, 재정경리부, 총무부, 선전‧선동부, 중앙당조직부, 중앙당본부청사(김정은 직무실), 중앙당부부장아파트가 있다.

▶내각(성) : 김일성 광장 주변에는 주요 정부 건물이 있는데 내각 건물이다. 독립적인 건물을 가지고 있는 대외경제성(무역성), 외교성, 농업성, 육해운성이 있으며, 건설건재공업성, 경공업성, 교육성, 국가건설감독성, 국토환경보호성, 금속공업성, 기계공업성, 노동성, 도시경영성, 문화성, 보건성, 상업성, 석탄공업성, 선박공업성, 수매양정성, 수산성, 원자력공업성, 임업성, 자원개발성, 재정성, 전력공업성, 정보산업성, 지방공업성, 채취공업성, 철도성, 체육성, 화학공업성이 있다.

▶김일성광장 : 김일성광장은 북한을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광장이다. 이곳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국가 행사들이 열리는 장소로, 북한 체제 선전의 중심지로 기능한다. 광장 주변에는 주요 정부 건물과 기념비적인 시설(인민대학습당, 조선미술박물관, 조선역사박물관, 주체사상탑)이 하나의 세트로 랜드마크를 구성하고 있다.

▶능라도 5월1일 경기장: 능라도에 위치한 5월1일 경기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경기장으로 알려져 있다. 약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아리랑 축제와 같은 대규모 집단체조 행사와 국가적 이벤트가 열린다. 북한 체제 선전의 중요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교육기관 : 중구역의 교육기관으로는 IT가 강한 김책공업대학교, 평양의과대학, 평양 제1고등중학교, 금성 제1고등중학교, 평양학생소년궁전, 창광유치원 등이 있다.

▶현대식 호텔 :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급 호텔로 고려호텔, 평양호텔, 해방산호텔, 창광호텔, 양각도 호텔은 국제적 호텔이다.

▶평양대극장과 국립예술극장 : 평양대극장과 국립예술극장은 평양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혁명가극과 전통 예술 공연을 선보이는 문화 공간이다. 이러한 극장은 북한 체제 선전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문화생활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옥류관 : 옥류관은 평양냉면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북한 전통 음식점이다. 대동강변에 위치한 이곳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며, 북한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5. 평양시 평천구역 주요시설과 랜드마크

평천구역은 평양직할시의 중심부 서남쪽에 위치해있다. 북한의 주요 산업 시설이 밀집된 지역으로, 국가 경제와 생산 활동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평양화력발전소 : 평양화력발전소는 약 50만kW의 시설 용량을 갖추고 있으며, 5만kW급 발전기 8대와 10만kW급 발전기 1대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연료는 평안남도 순천지구 등지에서 공급받는 석탄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평양시와 인근 지역에 공급되며, 난방 및 건재 생산에도 활용된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와 오염 방지 장치 부족으로 인해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석탄 연소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석탄재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3.26 전선공장 : 3.26전선공장은 북한의 전선 생산을 책임지는 주요 공장으로, 전력 및 통신 산업에 필수적인 자재를 공급하는 곳이다.

▶강철공장 : 금속 가공 및 철강 생산을 담당하며, 북한의 건설 및 중공업 발전에 기여하는 핵심 시설이다.

▶대동강차수리공장 : 차량 유지 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공장으로, 평양시 내 자동차 운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평천수출피목공장 : 의류 생산 및 수출을 담당하는 공장으로, 북한 경제에서 중요한 외화 획득 수단 중 하나이다.

▶평양화장품공장 : 평양화장품공장은 북한의 대표적인 화장품 제조 공장으로, 은하수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주요 제품은 크게 일반 화장품, 기능성 화장품, 천연 성분을 활용한 제품, 그리고 향수로 나눌 수 있다. 일반 화장품으로는 피부 보습과 영양 공급을 위한 스킨(살결물)과 로션(물크림), 일상적인 세정 및 헤어 케어를 위한 세수 비누, 몸 샴푸, 린스 등이 있다. 기능성 화장품으로는 노화 방지를 위한 노화방지 물크림과 겔, 피부 톤 개선을 위한 미백 살결물과 미백 물크림, 자외선 차단제인 햇볕 방지 크림, 여드름 치료를 위한 미안막 등이 포함된다.

▶교육기관 : 장철구 상업대학은 상업과 경제학을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기관으로, 북한 내 상업 활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상업전문학교는 상업 분야에서 필요한 전문 지식을 제공하며, 경제 활동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인쇄공업대학은 인쇄 기술과 관련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출판 및 인쇄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전기전문학교는 전기 기술자와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학교로, 전력 산업과 관련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철도성당학교는 철도 운영 및 관리와 관련된 교육을 제공하며, 교통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 및 예술 : 평천구역은 문화와 예술 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북한의 이념적 예술과 창작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예술 창작의 중심지로, 조각상과 그림 등 이념적 예술 작품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곽인옥 교수
inokkwak@hanmail.net
곽인옥 교수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