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다리 짚은 ‘독과점 완화’ 가상자산 공약 [취재진담]

헛다리 짚은 ‘독과점 완화’ 가상자산 공약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4-30 14:59:19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1거래소-1은행 체제 폐기' 공약을 두고 가산자산거래소 뿐아니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래소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공약이지만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독과점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앞서 국민의힘은 28일 가장자산거래소의 독과점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공약으로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기를 발표했다. 1거래소 1은행 원칙은 거래소 하나당 특정 은행 한 곳과만 실명계정 발급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일종의 그림자 규제다. 해당 원칙은 법으로 규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금융당국의 자금세탁방지(AML) 의지에 암묵적인 관행으로 굳어졌다. 

국민의힘은 공약을 발표하면서 “내가 원하는 은행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규제적이고, 특정 거래소에만 은행 제휴 요청이 집중되도록 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의 독과점화를 고착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거래소 간 시장 점유율 격차는 크다. 글로벌 가상자산 중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5대 거래소의 일일 거래량 점유율은 업비트가 72.36%에 달한다. 그나마 빗썸이 24.99%로 약진하고 있지만, 나머지 거래소인 코인원(2.24%), 코빗(0.33%), 고팍스(0.05%)는 극소수에 머물렀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에서 1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50%를 넘기면 독점으로 본다.

정치권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1거래소-1은행 원칙 폐기 공약을 내놓았지만 대다수 거래소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오히려 독과점 체제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업계 숙원이던 법인 실명계좌 발급이 단계적으로 허용되는 가운데, 다자은행 도입이 점유율이 높은 거래소에 대한 ‘쏠림 현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케이뱅크와 제휴하고 있은 업비트와 관련 협상에 나섰으며, 하나은행도 제휴 카드를 저울질하는 상태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대형 가상자산거래소와 거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고객인 법인이 대형 거래소를 원할 경우 은행은 고객 요구를 반영해 제휴 거래소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대형 거래소와 거래가 이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중소형 거래소는 제휴 은행에 1년 동안 지급하는 수수료 단위가 1억원이 채 안 된다. 은행 입장에서도 수익에 도움이 되는 대형 거래소랑 제휴를 하려고 할 것”이라며 “은행 제휴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독과점 완화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과점이 심화될 경우 코인의 발행과 상장, 중개, 수수료 등을 1개 거래소가 주도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2021년 국정감사에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 거래소가 멋대로 상장 또는 폐지하거나, 수수료를 마음대로 올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외국인 투자 허용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거론된다. 시장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거래소간 치열한 서비스 경쟁이 점유율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도 점차 사라지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다만 해외 이용자 대상 서비스 확대를 위해 AML 및 고객확인제도(KYC) 규제 준수 등은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다자은행 도입은 독과점 체제를 해결할 방안에 어울리지 않는다. 공약은 실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공약이 되레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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