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정의 1도 올린 세상] 어른이 되는 법

[이연정의 1도 올린 세상] 어른이 되는 법

기사승인 2025-05-07 09:00:03
이연정 충무교육원 교육연구사

어린이날이다.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어린이를 위한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이 배포되었다. 대우주의 뇌신경은 오직 어린이에게만 있으니 어린이에게 관심을 가질 것, 부드러운 경어를 쓸 것, 건강과 위생에 주의할 것, 교육적으로 타이를 것 등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할 것을 어른에게 당부했다.  

소파 방정환의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은 아이들에 대한 올바른 자세야말로 진정한 어른의 요소임을 말하고 있다.  

소파 방정환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아동문학가이자 어린이날 창시의 역사적 근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곁에 어른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생계에 뛰어들어야 했던 선택의 기로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방정환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다. 그의 인품과 성실성을 눈여겨본 권병덕 선생은 방정환의 병풍이 되어 주었고, 천도교 제3대 교주이자 민족대표 33인이었던 의암 손병희는 방정환의 장인으로서 그의 학업과 신념을 지켜주었다. 이런 어른이 있었기에 방정환은 아동문학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 어린이날의 창시자가 되었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 

어른이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마음이 다 자란 사람. 그렇기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 현대사회에서 어른은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어른이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은 마음이 다 자란 사람. 

어른은 시대의 모범이자 초석인 사람.  

요즘 ‘어른 김장하’가 핫하다. 김주완 PD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시청하면서 사람을 사람답게 키워 낸 느림의 미학 김장하를 엿보았다.  

가난한 집안에서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김장하는 한약방에서 점원을 하며 생계에 뛰어들었다. 주경야독으로 공부하여 만 18세 때 전국 최연소 한약업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김장하는 한약방을 통해 취득한 재산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시작했다. 1991년 남성학숙 재단 이사장이었던 김장하는 100억 상당의 학교를 국가에 헌납하여 공립학교로 전환시켰고, 명신고등학교 재학생 중 형편이 어려운 약 1,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꾸준히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기도 하다.  

김장하 선생은 약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삶을 살고자 했다. 장학금 수혜 학생이 돈을 갚고 싶다고 하면 이 사회에 갚으라고 당부하셨다고 한다. 선의 선순환이 마음을 자라게 함을 알고 계셨다. 그분이 어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의 잘남을 말하지 않는 겸손과 늘 검소하여 불의에 물들지 않는 청렴, 올바른 자람의 일(교육)에 온 마음을 내주는 헌신, 부끄러운 가시에 수시로 가슴이 찔려도 멈출 수 없는 선의’ 때문이다.  

진정한 어른은 가난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가난은 실로 아득한 낭떠러지 같지만, 경험을 풍족하게 한다. 수없이 많은 갈등과 선택의 기로를 만든다. 불의와 선의 사이에서 고민하게 한다. 가난은 그것을 뛰어넘을 용기와 지혜를 제공한다. 부족함은 채워야 할 공간이 생기는 것이며, 그 공간에 무엇을 채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시대의 어른이 사라져 가는 이유는 가난을 모르는 혹은 겪지 않거나 그 설움을 잊은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 아닐까? 소파 방정환은 가난을 통해 일제강점기 폭력과 핍박, 노동력 착취와 교육받지 못하는 권리를 보게 되었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방 점사로 일하며 찾아오는 병든 환자를 통해 애민을 가졌고 가난으로 학업을 잇지 못하는 학생들의 애환을 보게 되었다. 결핍이란 공간에 어른의 마음이 자란다. 부족함은 불편의 또 다른 언어라지만 그로 인해 마음이 자라는 터를 갖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할 질문  

“과연 우리는 어른답게 살고 있는가!” 


이연정 충무교육원 교육연구사는 공주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2002년 교직에 입문했다. 이후 아산교육청, 충남교육청 장학사를 거쳤다. 충남교사문학회 활동을 시작으로 현재 (사)한국작가회의충남지회 사무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회 온도를 1% 올리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치열하게 공감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