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 제재 리스크 딛고 내부통제 강화 승부수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 제재 리스크 딛고 내부통제 강화 승부수

기사승인 2025-05-08 06:00:08 업데이트 2025-05-08 13:39:03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신한투자증권

업계 최다 제재 이력을 가진 신한투자증권이 이선훈 대표 체제 하에 내부통제 강화를 앞세워 발행어음 인가와 초대형 IB 진입에 승부수를 던졌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증권은 올초부터 내부통제 체계를 전면 강화하고 있다. 시장과 고객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 해결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전환, 발행어음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한증권은 2016년부터 초대형IB 지정에 도전해왔다. 신한금융지주는 2016년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2019년 6600억원 증자를 추가로 지원해 1조16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이에 따라 2016년 3조원이었던 자기자본 규모는 8년여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자본총계는 5조3897억원이다. 초대형IB 지정 조건이 자기자본 4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기준은 이미 넘어섰다.

그간 신한증권이 초대형IB 지정에 고배를 마신 이유로는 잇따른 내부통제 실패가 꼽힌다. 실제 올해 초대형 IB 진입 및 발행어음 인가를 목표로 한 증권사 네 곳 중 가장 제재 이력이 많았다. 최근 5년(2020~2024년) 새 국내외 금융당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제재 현황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증권은 총 44건(회사 33건·임원 11건)의 제재를 받았다. 

같은 기간 메리츠증권은 총 16건(회사 9건, 임원 7건), 키움증권은 총 11건(회사 10건, 임원 1건), 하나증권은 총 10건(회사 4건·임원 6건)의 제재 이력을 보였다. 

신한투자증권

신한증권이 제재 이력 리스크에도 올해 초대형IB 인가 도전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에는 당국의 인가 요건 강화가 예정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종투사 전환 인가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시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자기자본 요건을 연말 결산 기준으로 연속 2년 이상 충족하고, 사업 계획과 본인 제재 이력(사회적 신용) 요건을 신설하기로했다. 

신한증권은 내부통제 문제를 극복해 발행어음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으로, 자기자본의 2배까지 판매할 수 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종투사에만 허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종투사 인가 요건이 강화되면서 올해 발행어음 인가를 목표로 한 증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초 구원투수로 등판해 ‘신뢰 회복’을 첫 과제로 내건 이선훈 신한증권 대표에게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대표는 3명의 사장 중 유일한 증권맨 출신으로, 20년 넘게 신한증권에 몸담아 내부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2022년 SI증권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2024년 다시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부문 겸 자산관리사업그룹 부사장으로 복귀해 LP 사고 이후 수습과정에서 중책을 맡기도 했다. 올해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선임된 그는 취임 직후 내부통제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를 조직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준법감시관리자 인력 확대, 감사정보분석팀 신설했으며, 내부통제 책임 범위도 임원에서 부점장급으로 넓혔다. 특히 내부통제 이슈 발생 시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모든 임원의 성과급을 일괄 차감하기로 했다. 부서 평가도 내부통제 중심으로 바꿨다.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 비중을 대폭 늘리고, 내부통제가 미흡하면 평가 점수와 상관없이 성과평가 최저 등급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연말 업적평가대회에 내부통제 우수 부서를 포상하는 ‘내부통제 플래티넘’ 부문을 신설해 내부통제 강화를 독려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내부통제는 사후 조치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며 “이중 삼중의 내부 통제 제도 시행과 더불어 임원뿐 아니라 부점장까지 내부통제의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강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내부통제 강화 노력은 실적 개선이라는 신호로 나타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공개한 경영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2.5% 오른 1079억원을 기록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